맨 인 더 다크 Don’t Breath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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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5. 개봉

평소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 보는 사람들이라도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장르가 바로 호러물입니다. 무조건 끔찍한 장면이 나오게 되어 있는데다, 그것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증폭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장르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피와 살이 튀는 신체 훼손 장면을 보게 되었을 때 강한 충격과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표시합니다. 이런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대중 영화에서는 여러가지 장치를 사용하지요. 과장되고 양식화된 패턴을 사용하여 현실감을 살짝 떨어뜨리거나, 극 중에서 얄밉게 행동하거나 금기를 넘어서는 사람을 희생자로 설정해서 보는 사람의 죄의식을 희석시키고, 가해자가 어떤 식으로든 처벌받는 엔딩을 넣어 둡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공포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서스펜스 연출을 싫어하기도 합니다.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야 말 것은 확실한데, 의도적으로 지연되는 시간 때문에 가슴을 졸이게 되는 그 느낌이 싫은 거죠. 하지만 서스펜스 효과를 어느 선 이하로 사용하면 영화는 호러가 아닌 액션 스릴러로 변하고 맙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저예산 호러/스릴러가 한 두 편씩 깜짝 흥행에 성공하곤 하는데, 올해는 이 영화 <맨 인 더 다크>(Don’t Breathe)와 <라이트 아웃>(Lights Out)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전세계 흥행 성적도 좋은 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미 <라이트 아웃>이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바 있고, <맨 인 더 다크> 역시 첫 주말까지 60만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기본 설정이 좋습니다. 3인조 빈집털이범들이, 교통 사고로 사랑하는 딸을 잃고 막대한 보상금을 받은 눈먼 참전 용사의 집에 작정하고 침입한다는 설정은 한정된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을 바로 떠올리게 합니다. 점점 허물어져 가는 디트로이트의 교외라는 공간적 배경 역시 이런 사투와 아주 잘 어울리지요.

초반 흐름도 좋은 편입니다. 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이 왜 돈에 집착하게 되었으며, 영화의 메인 공간인 참전 용사의 집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짜여 있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합니다.

우선 참전 용사가 맹인이라는 설정에서 나올 수 있는 서스펜스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합니다. 후천적으로 눈이 멀게 된 사람들이 가지는 버릇이나, 후각이나 청각 등 다른 감각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맨처음 죽는 인물을 제외하면 침입자들은 특정 공간 안에서 참전 용사와 단둘이 있을 때에도 비교적 쉽게 빠져 나갑니다. 왜냐하면, 참전 용사가 청각이나 후각 등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이들을 잡으려 하지 않고, 잠시 눈만 가리고 술래잡기 하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참전 용사가 후각이나 청각을 사용할 때는 감독이 이야기 전개상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뿐이죠.

이렇다 보니, 기본 설정만으로는 영화의 러닝 타임을 채우기가 힘듭니다. 영화 중간에 다른 설정이 덧붙여지면서 영화의 리듬도 달라지고, 장르가 최소한 한 번 이상 바뀌어 버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와 동시에 서스펜스를 쌓는 것보다는 스릴 넘치는 액션을 보여 주는 것이 주가 됩니다.

그러면서 끔찍하고 충격적인 장면, 혹은 깜짝 놀래키는 상황을 설정하여 그에 맞닥뜨린 주인공의 공포심을 보여 주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과 없이 노출되는 몇몇 새디스틱한 설정들은 공포스럽다기보다는 그냥 역겹습니다. 물론 <호스텔>이나 <마터스> 같은 영화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지만, 그런 영화들과 유사한 의도를 품고 있어서 보기가 불편합니다.

끔찍한 소재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관객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감독은 여러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제3자의 냉정한 시선으로 그것을 관찰하게 만들 지, 등장 인물들의 꼬여 버린 운명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할 지, 아니면 끔찍한 상황에 빠진 사람에게 감정 이입하게 해서 함께 공포에 떨게 할 지를 결정해야 하죠.

<맨 인 더 다크>는 그런 부분을 세밀하게 고민하지 못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 스스로가 관객과 어떤 방식의 게임을 벌일 지 정확하게 결정하지 않고 여러가지 방식을 두루 섞어 쓰다가 급기야는 다른 길로 가 버리고 말거든요.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 자체가 컨셉이었다면 적절한 복선을 미리 적절하게 깔아 주었어야 했습니다. 이런 점이 바로 정통 호러의 길을 충실히 걸어 간 <라이트 아웃>과 비교했을 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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