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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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3. 개봉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일찍부터 강렬한 캐릭터들을 활용한 티저 마케팅으로 전세계 팬들의 기대치를 높였던 작품입니다. 특히 매력 넘치는 예고편은 또 한 편의 흥미로운 슈퍼 히어로물의 등장을 예감하게 했지요. 그러나 본편이 공개된 이후 우리 관객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입니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혹평을 받으며 국내 극장가에서 힘을 못 쓰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리 관객들이 DC보다 마블 식의 슈퍼 히어로에 더 익숙해서, 또는 비슷비슷한 슈퍼 히어로 영화에 대해 피로감을 느껴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올 여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경쟁작들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재미가 덜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이 영화는 액션 영화로서 가져야 할 기본기가 현저히 부족합니다. 강력하고 위협적인 악역도 없고, 액션 씬의 아이디어도 빈약하며, 인챈트리스(카라 델레바인)의 변신 장면 등 몇몇 요소들을 빼면 시각적으로 뛰어난 부분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충분히 흥미로울 법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할리 퀸(마고 로비)을 제외하고는 보는 재미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입니다. 중심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은 커녕 최소한의 호감도 가지 않는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초반에 캐릭터를 소개하고 사건을 설정하는 단계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주도하고 있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고질적인 문제는 캐릭터 소개가 장황하고 지루하다는 것입니다. 만화책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것 같은 전개는 극의 리듬을 너무 처지게 만들어 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나마 <맨 오브 스틸>의 경우는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와 관련 있는 설정이 들어 있었고,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새로운 배트맨의 배경 이야기와 심리적 트라우마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참고 봐 줄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캐릭터 소개나 정보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습니다. 그저 아만다 월러 국장(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소개에 따라 한 명씩 불려 나와 관련 에피소드가 별 특징없이 나열되는 수준에 그칩니다.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좀 더 잘 짜여진 이야기나 멤버들 사이의 선명한 갈등 구도를 통해 캐릭터들을 엮어 주었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호감을 느끼기 힘든 범죄자나 소시오패스 캐릭터를 영화의 주요 인물로 등장시킬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를 희화화하여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나게 만들면서 약간의 호감가는 부분을 가미하는 겁니다. 그러면 현실에서는 끔찍하게 여겨질 인물도 무해한 존재처럼 돼 버려 관객이 별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할리 퀸을 다루는 방식이기도 하죠.

다른 하나는 좀 더 진지한 느낌이 나는 드라마를 시도하되, 끔찍한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에 가깝다고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관객들은 인물보다는 그의 동기와 목표에 좀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보게 됩니다. 이런 방식을 취한 성공적인 예로는 제이크 질렌할의 열연이 돋보이는 <나이트 크롤러>(2014)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에이어는 여성 캐릭터들을 다룰 때는 전자의 방식을 취하면서 그럭저럭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할리 퀸이나 카타나(카렌 후쿠하라)는 물론이고 주된 적수로로 등장하는 인챈트리스마저도 가벼운 터치로 처리되어 있을 정도죠.

그러나, 주요 남성 캐릭터인 데드샷(윌 스미스), 릭 플래그(조엘 키너먼), 엘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를 다룰 때는 좀 다릅니다. 이들은 간간이 유머를 구사하고 서로 소소한 신경전을 펼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진지한 이유나 비장함에 빠져 있는 인물들입니다. 감독은 그런 부분을 가볍게나마 언급해 두는 것이 악당들과 관객 사이에 감정적 유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실제 효과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모두 중2병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녀석들로 밖에 안 보이거든요.

만약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 <엔드 오브 왓치>나 <퓨리>처럼 주인공들이 확연히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영화였다면 그럭저럭 봐 줄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악당과 범죄자가 이야기의 중심인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방법이 먹히지 않고 역효과만 낼 뿐입니다.

오히려 할리 퀸처럼 ‘나 약간 제정신 아니고 미친 거 맞는데,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순전히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필요할 때는 적정 수준의 팀 워크를 발휘할 줄 아는 쿨한 놈들이라는 정도로만 설정했어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겠지요. 이 영화에서 할리 퀸만 보인다는 평이 지배적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에 속하는 작품으로서는 세 번째로 공개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딱히 장점을 찾기 어려운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편보다 예고편이 더 생동감 넘치고 기대를 자아내는, 참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나올 DC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 대한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행히 <저스티스 리그>와 <원더 우먼>을 필두로 한 후속 작품들에는 보다 정의롭고 진지한 주인공들이 등장할 예정이니까요. 시리즈를 진두 지휘하고 있는 잭 스나이더는 아무래도 그런 인물들과 궁합이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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