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워터 The Shallow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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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13. 개봉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영화를 볼 때 느끼게 되는 긴장감을 우리는 서스펜스라고 부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이미 알고 있는 관객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만 신경쓰고 있는 영화 속 인물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조마조마함 말이죠. 이것은 교차 편집이나 의도적으로 컷의 지속 시간을 늘리는 방법 등을 통해, 예정된 위험이 닥치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 때 극대화됩니다.

스릴은 서스펜스와 자주 혼동되지만, 좀 다른 종류의 감정입니다.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악당의 위협적인 공격을 피하는 주인공을 보며 느끼는 아슬아슬함이라고 할까요? 롤러코스터가 최대 높이까지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면, 스릴은 정점에서 출발한 롤러코스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때 느끼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스펜스와는 달리 스릴은 짧은 시간 동안 주인공이 벌이는 사투를 압축적으로 보여 줄 때 극대화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영화 <언더 워터>는 외딴 해변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던 젊은 여성 낸시(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상어밥이 되지 않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다루는, 비교적 단순한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연출 기법을 통해 서스펜스와 스릴 모두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이 두 가지 쾌감을 교차시키면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작부터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형식을 빌려 상어의 존재를 예고한 다음, 실제 상어의 등장까지 이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지연시키면서 차곡차곡 서스펜스를 높여 나갑니다. 주인공 소개와 배경 이야기를 간결하게 요약하면서, 주요 무대가 될 해변이 인적 드문 곳이라는 점도 드러내지요. 서핑을 즐기는 주연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멋진 몸매와 박진감 넘치는 파도타기 장면들 사이사이에, 한가롭고 평화로움을 일부러 강조하는 듯한 익스트림 롱샷과, 수중과 수면을 넘나드는 어떤 존재의 시점 샷 등을 끼워 넣어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금세라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상어가 등장하기 전이지만 관객의 집중력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이 영화의 상어는 등장하자마자 낸시를 무지막지하게 공격하여 치명적인 부상을 입힙니다. 다리를 물려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낸시의 모습은 관객에게 극한의 스릴을 맛보게 하죠. 이렇게 초반부터 주인공을 당하게 만들고 시작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계산이 들어 있습니다. 우선, 주인공에게 앞으로의 사투 과정에서 장애물이 될 핸디캡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객의 뇌리에 참혹한 이미지를 심어 줌으로써, 이후 상어가 나타날 때마다 관객들이 끔찍한 상처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떠올리게 만들고 스릴을 배가할 수도 있지요.  그 밖에도 상어와 희생자들의 몸이 한 공간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해지는 공격을 시간차로 겨우 피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스릴의 강도를 점차 높여 갑니다.

상어가 무대 전면에 등장한 이상, 이제 영화는 상어가 선사하는 불안감과 사람들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장면이 교차되면서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상어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요. 이 과정을 이야기로 묶어주는 것이 바로 낸시와 나머지 남성 캐릭터들 사이에 존재하는 묘한 긴장감과 대립 구도입니다.

이 영화에서 남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너무 빨리 해변을 떠나 버리고, 일찍 목숨을 잃어 버리며, 너무 늦게 도와주러 옵니다. 매번 실패하며 목숨을 잃는 것은 그들이고 결국 클라이맥스에서 상어와 대결을 펼친 끝에 살아남는 것은 낸시 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근래에 보기 드문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자신의 지적 능력과 육체적 매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고,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습니다. 미드 <가십 걸>로 정상의 인기를 누린 바 있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온몸을 던지는 열연은 이 캐릭터의 매력을 더 높여 줍니다.

좀 아쉬운 것은 낸시의 내적 성장을 완결성 있게 보여 주려고 한 에필로그입니다. 펼쳐 놓은 설정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낸시가 이미 상어와의 사투를 이겨낸 직후에 자신의 내적 갈등을 해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족처럼 느껴지거든요.

감독을 맡은 자움 콜렛 세라는 카탈루냐 출신으로 원래 CF에서 두각을 나타냈었습니다. <하우스 오브 왁스>(2005)로 데뷔했고, <언노운>(2011) 이후에 나온 리암 니슨의 단독 주연 액션 영화를 모두 연출한 경력이 있지요. (차기작 역시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물 <The Commuter> 라고 하죠.) 이번 영화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인상적인 방점을 찍는데 성공했습니다.

여름에는 스케일 큰 액션 영화들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극장의 큰 화면과 빵빵한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장면들이 그런 영화들에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여름에 보는 오락 영화에는 무엇보다 더위를 날려 버릴 서스펜스와 스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밋밋한 이야기에 스케일만 강조하는 영화들보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와 설정이지만 서스펜스와 스릴로 가득 찬 <언더 워터> 같은 영화가 여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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