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완전한 삶 – 엘런 L.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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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가 생겼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잠을 못 자 피곤해도 아이를 보는 것이 행복해서 SNS에 사진도 자주 올리곤 했었죠.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 딱히 잘 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관두게 됐습니다. 인터넷 세상에 가족 사진이 떠도는 것도 꺼림칙했고, 무엇보다 제 주위의 비혼이나 아이가 없는 커플들에게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죠.

저는 아이를 키우면 여러모로 달라지는 것이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아이를 가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세상에는 아이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과, 여러가지 사회적 압력 때문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도요.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한국어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 – 원제는 <Complete Without Kids> – 과는 달리, 아이 없이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논리적으로 규명해 내는 책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회의 소수자일 수 밖에 없는, 아이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심리학자인 저자는 전형적인 영미식의 경험적 연구, 그러니까 사례 조사를 통해 아이 없이 사는 삶을 보다 잘 가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아이 없이 사는 삶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분류하면서, 최대한 각각에 맞는 심리적 해결책을 제공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아이를 안 낳고 살게 된 경우, 스스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택한 경우, 아이를 갖고 싶었으나 못 가진 경우, 이들 모두는 서로 다르고 그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다룬 5장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다른 장들이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인데 반해, 이 장은 기존의 고정 관념을 뒤집는 비교적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거든요. 아이가 없기 때문에 이혼하기 쉬울 지도 모른다, 아이를 안 낳을 생각을 하면 정말 좋은 사람을 놓치는 건 아닐까, 아이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생겼을 지도 모르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부재가 불이익을 가져 오지 않을까 하는 등의 불안은 기우에 불과하며, 충분히 다른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요.

책에 나온 사례들이 전부 미국 사회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만큼 아이 갖는 문제에 대해 부모의 간섭과 압력이 심하지도 않고, 친척들이 다 모이는 명절이 지옥처럼 느껴지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아이가 없다고 해서 주눅들고 상처받을 필요는 없으며, 당당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랑하며 자존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를 키우는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건 이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적어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애는 있으세요?’ 하는 무례한 질문을 한다거나, 친구들끼리 있을 때 ‘그래도 애가 있어야 어른이지’ 하는 식의 편협한 발언을 무심코 내뱉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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