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2 The Conjuring 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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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맘 먹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던 게 대학생 때인데, 그때는 공포 영화를 그다지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끔찍한 신체 훼손 장면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존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죠. 이런 영화를 대체 무슨 재미로 보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다양한 영화를 접하게 되면서, 공포물이 주는 쾌감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공포 영화의 일반적인 관객들은 끔찍한 장면을 보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장면이 나오기 직전까지 한껏 고조되는 긴장감과, 그것이 한꺼번에 해소되고 난 후에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즐기지요.

따라서 공포 영화를 만들 때의 관건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장면을 등장시킬 것인가가 아닙니다. 긴장감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그것을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해소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영화 <컨저링 2>는 장르의 핵심 특징을 잘 활용한 완성도 높은 공포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독 제임스 완은 <쏘우>(2004), <인시디어스>(2010) 등의 저예산 공포 영화 시리즈로 대단히 높은 제작비 대비 흥행 수익률을 올린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노의 질주: 더 세븐>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출할 수 있는 능력도 보여주었죠.

그는 언제나 서스펜스의 축적과 해소라는 공포 영화 본연의 쾌감에 집중해 온 편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방법을 씁니다. 여느 때처럼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기분 나쁜 소리나 끔찍한 캐릭터로 관객을 긴장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샷 구성과 편집으로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의외의 설정으로 관객을 놀래키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다음 장면이 언제 어떻게 등장할지를 두고 관객과 지속적으로 밀당을 한다고 할까요? 이 영화의 전편 <컨저링>(2014)이 개봉했을 때부터 국내 홍보사에서 내세운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홍보 문구는 이번 속편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연출은 관객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결과가 어떨지 뻔히 다 알고 있는데 괜히 시간만 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전편에서 아쉬웠던 부분도 초반에 악령의 정체를 다 밝혀버려서, 악령과의 대결 장면들로 채워진 후반부가 좀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영화에서는 악령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맨마지막까지 미룹니다.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심령 사건 전문가인 워렌 부부가 겪는 내적 갈등을 설정하고 그것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그들 역시도 자기들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쉽게 미혹당하며, 악령과 맞서는 것이 두렵기만 합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결점을 극복해야 하지요. 이런 설정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전편에 이어 주인공 워렌 부부 역할을 맡은 베라 파미가와 패트릭 윌슨은, 설득력 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자연스런 감정 이입을 이끌어 내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공포 영화 시리즈물에서 속편으로 갈수록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이 영화 <컨저링 2>는 여러 면에서 전편보다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끔찍한 장면이나 기괴한 캐릭터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고, 스릴러 영화에서처럼 서스펜스를 극의 주요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서운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일반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요. 개봉 2주차를 맞은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정글북>과 함께 2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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