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휴스턴] 팻 시티 ★★★★ (080402)

FatCity
Fat City (1972)

이 영화는 퇴물 복서의 이야기입니다. 일용직을 전전하고 맨날 술만 마시지만, 화려한 복귀를 꿈꿉니다. 그는 어쩌다 나간 공립 체육관에서 만난 젊은 청년에게 재능이 있어 보인다며 프로선수가 되어 보라고 합니다. 반신반의하던 청년은 결국 권투를 시작하게 되고, 그에 자극받은 주인공도 다시 링에 섭니다.

저는 처음에 어려움을 딛고 재기하는 복서의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링은 냉혹합니다. 두 남자는 이길 때도 있지만, 질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와우! 지는 게임인데도 정말 박진감있게 잘 찍었습니다.) 그래도 이들의 프로모터는 다음엔 이길거라면서 계속 시합을 시키고, 자기는 대전료 수입을 챙기죠;;

영화보는 내내 안타까웠던 것은 주인공이 말로만 권투, 권투하지 실제로는 하나도 노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권투 영화에 흔히 나오는 달리기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돈 생기면 술 퍼 마시고, 애인은 두들겨 패고, 그러다 돈 떨어지면 링에 서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능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게 존재하는 지도 의문입니다만. 오히려 필요한 것은 절차탁마의 시간이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꿈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물론 꿈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당장의 생계도 그렇고, 딸린 식구도 있고… 뭐 그것 뿐이겠습니까? 이런 형편에 자기 계발과 준비를 위한 시간을 내기란 하늘에 별따기인 거,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 보면 그런 문제들을 온전히 떠안으면서도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어이 꿈을 이룹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적성’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기본적인 문제들과 부대끼면서도 시간을 쪼개 노력할 수 있는 힘은 적성에서 나오니까요. 자기가 가는 길이 힘들고 괴로우면, 즐겁게 만족하며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그만인 겁니다. 정작 문제는 계속 꿈만 꾸면서 인생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방치할 때 생기죠.

영화 속에서 권투를 관두는 젊은 ‘유망주’의 모습이 현명하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재능이 있어 보인다는 말에 혹해 권투를 시작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다른 삶을 택합니다. 권투 선수 대신 샐러리맨이 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니까요.

P.S.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현실적인 문제들에 집착하고 있죠.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도 없이, 즐겁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꾸역꾸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더 좋은 차, 좋은 집, 안정된 노후. 미래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 이건 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착취용 슬로건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신의 행복입니다.

출처: 싸이월드 개인 홈
http://cy.cyworld.com/home/21276163/post/49E3FCE4240002894C066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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