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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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를 평가할 때 단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영화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업적인 배급망(그러니까 극장 상영 및 VOD 판매)을 통해 소개되는 영화라면, 저예산 영화든 블럭버스터든 제작비 이상의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첫번째 조건은, 적어도 그 영화를 본 관객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관객이 지불한 금전적 대가에 걸맞는 인생의 교훈을 선사하거나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어야 겠지요.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비싼 돈 주고 3D 영화관을 찾아가서 봐도 괜찮을 만한 영화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기대치가 높진 않았습니다. 각본을 맡은 크리스토퍼 마커스와 스티븐 맥필리의 전작들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각색했던 두 사람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도 <퍼스트 어벤져>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토르: 다크 월드>의 각본을 썼습니다.

그 세 작품 모두 일반적인 블럭버스터 액션 영화처럼, 캐릭터를 단순화 해서 정해진 플롯 구조에 끼워 맞추는 식으로 씌어졌습니다.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 하기는 힘들었지만 잘 짜여진 액션 시퀀스를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공통된 특징이었고요.

우려했던 대로 이 영화의 초반부는 좀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수퍼히어로 등록법을 놓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대립한다는 ‘시빌 워’의 설정을 코믹스 쪽에서 빌려오긴 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양쪽의 논리 대립이 치밀하게 드러나지 않아요. 관객으로서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 지 고민되기는 커녕, 알았으니 대충하고 얼른 다음으로 넘어가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영화의 진짜 쟁점이 아니라는 것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고요.

그나마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감독했고, 이번 영화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연출할 예정인 루소 형제가 만들어낸 액션 장면들은 볼 만했습니다. 도입부의 라고스 작전 수행 시퀀스나 로저스-버키의 탈출 시퀀스는 3D 효과를 감안한 앵글 선택과 장면 구성이 특히 돋보이는 만족스러운 장면들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수퍼히어로들 사이의 대결 시퀀스와, 그 대결을 위해 양쪽의 구성원들이 속속 모여드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 관객들이 제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무래도 수퍼히어로들이 초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장면일 텐데, 그런 점에서는 서비스를 너무나도 확실하게 해줍니다.

이 영화의 완성도는 얼마 전 개봉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비교할 때 좀 더 돋보입니다. 인물간의 대립 구도, 플롯 구성, 이야기 전개 방식 등이 비슷하지만 훨씬 덜 지루하고, 인물이 겪는 트라우마를 다른 인물과의 관계와 엮어 확장시켜 버리면서 그 다음편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거든요.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조스 웨던은, 이 영화에 비하면 훨씬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그들의 고뇌와 갈등, 성장을 비중있게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수퍼히어로들이 한꺼번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관객들의 불만을 살 우려가 있습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반응이 딱 그랬지요.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보다 많은 영웅들의 활약상이지 몇몇 중심 인물들의 내적 변화와 성장이 아니니까요.

그럴 땐 그냥 이 영화처럼 다소 뻔해 보이는 플롯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개별 캐릭터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주는 것이 더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 감독을 맡은 사람들이 더 많은 수퍼히어로들이 등장하게 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작업하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리 만족스러운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액션 시퀀스들이 재미있고, 여러 수퍼히어로들의 활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충분히 돈값을 합니다. 유난히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올 4월의 극장가를 생각한다면 이 영화의 압도적인 흥행세는 아주 당연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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