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Marguerit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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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7. 개봉

현대 사회에서 SNS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만나는 수고를 덜면서도 간편하게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타인의 관심과 애정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니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 마가렛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고 남작 작위를 가진 남자와 결혼하였지만 그녀는 별로 행복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남편을 사랑하며 그의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지만, 정작 그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엄청난 음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라는 환상 속에 빠져 살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습니다.

처음에 ‘음치 소프라노가 진짜 독창회를 열려고 한다’는 식의 영화 소개글을 접했을 때는, 자기가 음치인 것도 모르고 허세 섞인 환상에 빠져 사는 아마추어의 각성에 관한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관람이 망설여지기도 했죠. 그런 경우라면 아무래도 주인공을 조롱과 풍자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손가락질 하는 오류에 빠지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다행히도 영화의 분위기는 주인공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쪽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된 관심사는 우스꽝스런 해프닝이 아닌, 주인공의 내적 갈망과 그 해결에 있으니까요. 우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상처받은 중년 여성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이 특이한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그녀가 가진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너그러운 마음씨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감화되는 것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의 무신경함을 대비시킴으로써 관객의 안쓰러운 감정을 증폭시킵니다. 거기에다 주인공의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불러 일으키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대단원으로 나아갑니다.

주연을 맡은 중견 여배우 카트린 프로는 화려하고 열정이 넘치면서도 성량이 풍부한, 역대급 음치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특유의 알듯 말듯한 표정에 상대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는 동시에 상대를 안심시키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상반된 감정을 담아 냅니다. 그녀의 열연은 올해 세자르 영화제에 여우주연상을 받음으로써 보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남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원하는 인정 욕구가 과연 어떤 심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정 욕구는 불특정 다수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어떤 특정 개인으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기 위한 몸부림과 갈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요.

그러니 자신이 SNS를 하면서 올린 글에 남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든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글을 보여주고 싶어 골몰하고, 혹은 저 같은 경우처럼 이렇게 자발적으로 매체에 글을 써서라도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보세요. 과연 자신이 누구의 진심어린 격려와 인정을 갈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어쩌면 그 사람은 부모나 형제, 애인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일 수 있습니다.

흔히 강박적으로 명성을 추구하는 일은 영원히 돌아가는 쳇바퀴에 스스로를 가두는 짓에 불과하니, 남들의 인정 대신 자기만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을 충족하는데 신경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과연 그걸 강박적인 행동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 영화가 암시하듯 강박의 원인이 누구 때문인지를 깨닫고 적절한 대처 방법을 모색한다면 변화의 계기는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 마가렛트가 겪는 비극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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