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제 편견을 간단히 깨버렸다는 겁니다. 고전파 작곡가들하고 몇몇 알려진 낭만파 작곡가들을 빼면 클래식에 대한 제 상식은 거의 없다시피 했죠. 더군다나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는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깊게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영화를 하는 사람이 음악에 대해 숙고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요.
저의 이런 선입견은 음악의 기쁨 1권을 읽으면서 모두 깨져 버렸습니다. 음악 역시 오랜 시간에 걸친 학습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되는 구성의 산물이더군요. 음악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순수한 지적 흥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음악을 배울 때 무작정 음악만 듣고 작곡가 이름 외울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 가면서 생각해 보는 과정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게 프랑스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1권을 읽고 기대에 차서 2권으로 넘어갔는데, 사실 좀 오래 걸렸습니다. 2, 3권은 음악사인데 2권 전반부가 각 나라별로 중세부터 음악사를 정리하는 부분이 참 진도가 안 나가더군요. 고전파 음악가들 부분은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예술가들의 사투는 언제나 진한 감동을 주니까요. 베토벤 이후의 음악가들을 다루는 3권은 음악가들의 삶에 푹 빠져서 금방 읽어 내려 갔지요. 드뷔시와 라벨의 환상적인 피아노곡들을 찾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오페라를 다루는 4권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2016년의 프로젝트로 남겨 두었습니다. 내용이 쉽지 않아서 아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 이론을 공부해 보고 싶은 욕심에 이성천 선생님의 <음악통론과 그 실습>도 사서 틈날 때마다 조금씩 보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에 제가 이렇게 바뀌다니, 그야말로 음악의 기쁨 시리즈가 만들어낸 기적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