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NGFU3_P

2016. 1. 28. 개봉

<쿵푸 팬더> 시리즈의 기본 뼈대는 영웅의 성장 스토리이지만, 가족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1편은 쿵푸 덕후인 뚱보 팬더 포가 가업인 국수집을 물려 받으라는 아버지의 강권에도 결국 각성하여 용의 전사가 되는 이야기이고, 2편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포가 친어머니를 살해한 원흉인 공작새 센과 맞붙는 이야기이니까요. (심지어 2편에서는 악역인 공작새마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은 부모에 대한 원망을 다룬 서브 플롯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가족 테마를 완전히 이야기의 중심에 내세웁니다. 플롯 자체는 1편과 유사한 전형적인 영웅 신화의 이야기 구조이지만, 주인공 포가 친아버지 리와 만나고 동족 판다 마을을 찾아가 지내다가 그들과 함께 악당과 맞섭니다. 이 과정에서 포는 진정한 사부가 되는 법과 ‘기’를 깨우치지요.

여기까지 얘기하면, 너무 빤한 블록버스터 아니냐고 발걸음을 돌리실 분도 있을 겁니다. 어두운 분위기의 평범한 액션물에 불과했던 2편에 실망하셨던 분들은 특히. 그러나 이번 3편은 최소 1편 만큼의 재미는 보장하면서,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더없이 좋은 영화입니다. 폭력적인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이 나라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흔히 ‘가족 영화’라고 하면 형제자매나 부모자식 간의 화해라는 결론을 위해 ‘사실은 이러이러한 아픔이 있었어’, ‘진심은 이게 아닌데 표현을 못한 거야’, ‘불가항력으로 서로 오해할 수 밖에 없었어’ 하는 식으로 푸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건 미봉책에 불과할 뿐입니다. 가족 구성원 스스로가 변하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아도, 지난날의 과오만 회개하면 다시 ‘가족’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서로의 변화가 담보되지 않은 봉합은 언제든 다시 터져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가 바람직한 점은 포와 더불어 다른 가족 구성원의 변화와 성장까지 다룬다는 점입니다. 포의 친아버지 리와 국수집 양아버지는 서로가 포를 독점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한마음으로 포를 돕습니다. 포의 친척들이라고 할 수 있는 판다 마을 식구들은 평화롭고 느릿한 자기들의 삶의 양식을 버리고, 특기를 살리는 맹훈련에 돌입하여 힘을 보태게 됩니다. 포 역시 모든 이들에게 쿵푸를 가르치는 대신, 개개인의 장점을 알아보고 그것을 살릴 수 있게 돕습니다.

반면, 현실의 우리 가족이나 친척들은 어떻습니까. 서로 배려하고 인정하고 북돋아주기는 커녕, 깎아 내리고 흉 보고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기 일쑤죠. 가족이란 단어가 멍에가 되고, 명절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이 나라에서 너무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그러니, 사후 세계로 악당 카이를 끌고 들어간 포를 살리기 위해 가족 모두가 함께 기를 모으는데 동참하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감동받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입니다.

어린이 대상의 애니메이션이나 가족 영화로 포장된 영화를 보러 갈 때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무서운 장면들이나 지나치게 폭력적인 시퀀스들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데리고 간 아이들이 그냥 울어버려서 민폐 끼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나치게 어두운 액션물이었던 <쿵푸팬더> 2편이 딱 그런 예였고, 최근에 식겁한 영화로는 <굿 다이노(The Good Dinosaurs)>(2015)가 있었습니다.

그런 장면들을 집어넣는 창작자들의 생각은 이런 것일 겁니다. 적절한 위험과 장애물이 있어야 그걸 헤치고 넘어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맞는 얘기입니다만, 타겟 관객이 어린이와 그 부모라면 그걸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무섭게 표현할 이유는 없습니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가 아니니까요. 주인공의 목표만 정확하게 잡아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도 이 영화는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톤 자체가 밝고 유쾌하고, 액션 씬들도 액션 자체보다는 스케일을 강조하는 쪽입니다. 게다가 판다들의 귀여운 모습들까지 나오니 어린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