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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5. 개봉

연출자로서의 스필버그의 능력은 현재 동시대 감독들 중에서는 신계에 속합니다. 그와 동급에 놓일 만한 감독은 코엔 형제 정도죠. 축구로 따지면 메시나 호날두 같은.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이들이 각각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그런 기대에 딱 맞게 부응합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붙여 낭비되는 컷도 없고, 아무 의미없는 미장센도 없습니다. 배우의 손짓과 눈짓 하나도 철저하게 잘 계획되어 있거든요. 전체적인 리듬감 역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마치 뛰어난 교향악단의 연주처럼요. 그야말로 영화 예술의 교본 같은 영화예요. 만약 영화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교과서로 삼아 하나하나 뜯어보면 됩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영화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흥행이 잘 되어서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만큼만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볼 거 같아’ 이러면서 대충 만드는 경우도 많고요. 남의 영화를 볼 때도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상상하고 만듦새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좀 부족하긴 해도 관객이 잘 들었으니 뭐 장점이 있는 거겠지 하고 말아 버립니다.

그러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너무 많아서,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우리가 아는 최고의 수준으로 영화를 잘 만드는 것 뿐이예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기까지 가는 게 힘들어서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식으로 놔 버리면 나중에 아무 것도 안되겠죠.

이 영화는 그 존재 자체로 우리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너희도 이 정도는 못하더라도 엇비슷한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되지 않겠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