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2. 개봉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완성도는 평균적인 한국 영화의 만듦새를 상회하는 편입니다. 감독의 남다른 코미디 감각이 빛을 발하고 있고요. 그러나 흥행에서는 쓴 맛을 봤습니다. (전국 61만명 동원) 여기서는 그 이유를 짚어 봅니다.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경찰을 너무 바보로 만들어 놨어요. 경찰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범죄를 해결하는 영화에서는, 경찰 수사의 허술한 부분이 드러날 수 밖에 없긴 합니다. 그래서 경찰이 못하는 걸 주인공이 풀어야 이야기가 진행되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최소한 경찰이 기본적인 범죄 수사의 상식은 지켜 가면서 행동하는 것으로 그려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게다가 이 영화는 관객이 주인공의 처지와 상황에 몰입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계속 그의 판단을 따져보게 만드는 영화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범죄 수사와 맞물리는 장면들이 훨씬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졌어야 했어요. 지금처럼 조금만 생각해도 금방 헛점이 수두룩하게 보여서는 절대 안되는 거였죠. 그랬으면 관객들이 별다른 반감 없이 영화를 계속 볼 수 있었겠죠.
또 하나의 문제는 주인공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는데도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겁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거짓말을 해도 아무 희생 따위 치르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만, 이건 이야기니까요. 이야기의 세계에서 대가 없이 무엇을 얻는 사람은 주인공 역할을 맡아 관객의 관심을 끌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연쇄 살인마와의 대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식의, 앞뒤 설정과는 맞지가 않는 위기 탈출 장면을 넣는 걸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휘말린 주인공이었다면 그런 장면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온 주인공이 결국 연쇄 살인마의 제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끝에 세속적 성공은 얻지만, 아내를 잃거나 아이가 자기 애가 아니라는 식으로 끝났으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연쇄 살인마와 차마 한 팀이 될 수는 없어서 거부하고 그로 인해 기자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지만, 아내와 아이를 되찾게 된다는 식이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