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7. 개봉
성공적인 장르 영화를 만들려면 해당 장르의 닳고 닳은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이렇게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의 노력을 시나리오 작업부터 후반 작업까지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상업 영화 작업의 어려움이고 숙제죠.
이 영화는 그런 숙제를 굉장히 잘 해냈습니다. 가족 모두가 청각 장애인 집안에서 자기 혼자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여자 아이의 성장담이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신선한 터치가, 이런 종류의 복합 장르 – 가족 드라마/코미디/성장영화/음악영화 – 라면 응당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들과 어우러지면서 놀라운 재미를 줍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전 주에 프랑스에서 개봉하여 올 상반기까지 7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죠.
또한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정된 숫자의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서로간의 케미스트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청각장애인 부모를 연기한 중견 배우 카린 비야르와 프랑수아 다미앙이 든든하게 영화의 뼈대를 받치는 가운데, 주인공 폴라 역을 맡은 루안 에메라가 빛납니다. 그녀는 사실 프랑스판 “The Voice”의 준우승 경력자로, 이미 데뷔 싱글 ‘Chambre 12’로 프랑스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한 신인 가수입니다. 테크닉은 없지만 자연스런 표현력이 돋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녀의 연기는 세자르상 신인배우상으로 보답을 받기도 했지요.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영화 전편에 흐르는 프랑스 국민 가수 미셸 사르두의 노래들입니다. ‘사랑의 열병(La maladie d’amour)’이나 ‘노래하며(En chatant)’의 가수 정도로만 어렴풋이 아는 정도였는데, 이 영화는 그의 노래들이 요소요소에 박혀 보석처럼 빛납니다. 특히 결말부의 라디오 프랑스 오디션 장면에 나온 ‘비상(Je vole)’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감동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