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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5. 개봉

관객 수 1200만을 넘고, 올해 최고 흥행작의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되는 이 영화는 사실 그렇게 만듦새가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문제의 해결 과정을 보여주는 중반부가 문제인데, 주인공 형사가 하는 일이란 ‘가오’가 사는, 떳떳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며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것뿐입니다. 이런 형사의 태도에, 죄지은 자들이 여러가지로 자기 무덤을 판 끝에 자멸한다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참 편리한 해결 방식이지요. 또한 오글거리는 대사 씬들, 딱히 좋다고 할 수 없는 몇몇 주요 배우들의 연기, 너무 잘게 잘라 이어붙여 속도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액션씬들, 강-약 조절 없이 무조건 강-강-강으로 밀고 나가는 리듬감 등도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예로 들면서 범죄 미스터리가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풀려도, 낯간지럽고 노골적인 대사 씬들이 넘쳐나도 1200만이나 들지 않았느냐면서, 자기들이 준비하는 시나리오나 영화도 부족한 점은 있지만 흥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시나리오는 안 좋았지만 운 때가 잘 맞아서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엄청난 흥행 스코어는 절대 운이 아닙니다. 좋은 기획과 그것을 잘 살리기 위한 취사 선택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지요. 먼저 이 영화는 미스터리나 범죄 스릴러물이 아닌, 복수극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이라면 당했을 ‘갑질’의 대마왕이자, 반인륜적 폭력을 휘두르는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망나니 재벌 3세를, 주인공이 관객들 대신 나서서 복수해 주는 이야기란 말이죠.

이런 복수극은 범죄자의 행위를 얼마나 끔찍하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인데, 영화는 재벌 3세 조태오를 천하의 개쌍놈으로 그려내는 데 최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를 위해 유아인과 정웅인은 각각 범죄자와 무고한 피해자라는, 복수극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아 최고의 열연을 펼친 것이죠. 그 때부터 관객들은 이 나쁜 놈을 잡아 처벌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하지, 과정은 딱히 문제삼지 않게 됩니다. 다소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우직하게 자기 고집을 밀고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오히려 관객은 충분한 재미와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특징은 전략적 취사 선택입니다. 스케일을 보여주면서도 작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경제적인 샷 구성, 관객이 기억하고 되뇌어 볼 만한 주요 대사들의 적절한 배치, 배우들의 개성을 극대화시키는 연기 지도 등 세세하게 체크하면 다소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것에는 최대의 자원을 투자했습니다. 웰메이드를 지향했던 감독의 전작 [부당거래]나 [베를린]과는 달리, 이전의 선 굵은 연출로 돌아간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크지 않은 예산 규모 – 총 제작비 60억 –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기획/제작 과정은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에서 상업 영화를 만드는 가장 모범적인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노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좀 허술하게 만들어도 관객만 잘 드네, 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좋은 영화를 만들 수가 없겠지요. 이 영화의 성공을 아전인수 식으로 생각해서, 대충 만든 영화를 양산해 내는 우리 영화계가 되지는 않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