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5. 개봉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청각 매체인 영화와는 달리 소설은 문자 매체이니까요.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일수록, 문자 매체의 특성을 아주 잘 활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영화를 만든다면 애초의 원작소설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 영화는 나를 찾아줘의 원작자인 길리언 플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데뷔작 [몸을 긋는 소녀]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다음 작품인 [나를 찾아줘]에서 완성된 여성 사이코패스 캐릭터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원작의 재미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잘못 짚고 있어요. 외형적인 플롯은 주인공의 오빠가 진범이냐 아니냐를 찾는 것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게 만드는 원동력은 오빠의 숨겨진 여자친구인 사이코패스 부잣집 딸래미가 어떻게 시골뜨기 오빠를 교묘하게 조종하여 범죄를 일으키게 되었는가입니다. 그게 없으면 하나도 재미없는 이야기예요. 그럼에도 영화는 주인공 오빠의 여자친구의 행동을 단순히 철없는 부잣집 아이의 일탈 행위 정도로만 그립니다. 그 역할을 맡은 클로이 모레츠 역시 다소 경력을 낭비했다 싶을 정도로 심심한 연기를 보여줄 뿐이고요.
뿐만 아니라 원작에서는 서스펜스를 배가하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각각 주인공, 오빠, 엄마의 1인칭 시점을 사용했는데, 그렇게 시점을 달리 사용한 원작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영화 3인칭 시점으로 옮기다 보니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심심해졌습니다. 또한 원작에서 드러나는 과거를 추적하면서 밝혀지는 사실들의 순서나 과정 역시 작가가 세심하게 계획해 놓은 것인데, 그것들 역시 무시되고 있고요.
그럼에도 샤를리즈 테론은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면서 고군분투하며 극을 이끕니다. 니콜라스 훌트도 분량은 많지 않지만 자기 역할을 충실해 해주고요. 둘의 연기를 보는 맛은 있지만, 그것이 영화의 약점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