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aW_P

2015. 6. 11. 개봉

한동안 공룡이란 존재를 잊고 지냈습니다. 한때 세상을 활보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생명체. 그것이 주는 경이로움은 어릴 적에나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아마 둘째 녀석이 공룡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자연사 박물관을 다니면서 공룡 이름을 다시 외우지도 않았게죠. 거기에 전시된, 거대한 존재의 잔해를 마주하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기한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고.

이렇게 공룡에 대한 애정이 살짝 되살아난 시점에서 이 영화를 만나게 되어 사뭇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눈높이는 초3에서 중3 정도의 타겟 관객층에 맞춰져 있어서 설명도 많고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느리더군요. 93년에 나온 {쥬라기 공원] 1편은 기본적으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을 각색한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상당했지요. 그걸 기대하고 보시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간만에 스크린에서 공룡을 보는 맛이 꽤 쏠쏠합니다. 크기, 피부 질감, 숨소리, 체액의 느낌 모두가 생생하고 반가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달리는 맛은 없지만, 공룡들이 나오는 장면들 만큼은 충분한 서스펜스와 스릴을 제공합니다.

선댄스에서 호평받은 독립 영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단 한 편으로 블럭버스터 영화의 연출을 꿰찬 콜린 트레보로우는, 기본에 충실한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특유의 유머를 곳곳에 배치해 긴장을 이완시키고 다음 장면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게 한 것이 돋보이는데, 그런 리듬감이 없었다면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 이 영화가 더 심심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