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8. 개봉
이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한국 상업 영화입니다. 특히 시나리오가 좋아요. 늘어지는 에필로그만 눈감아 준다면, 지난 2, 3년간 개봉한 한국 영화들 중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70년대 배경의 복고 감성을 내세운 그저 그런 한국식 수사물 같은데, 엉뚱하게 사주로 범인을 잡는다고까지 하니 전혀 땡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막연한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영화여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의 홍보 마케팅 방향이 굉장히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장르영화로서의 기본을 갖추고 있습니다. 배경만 우리나라 70년대 부산이지, 마치 할리우드 수사물 같이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줍니다. 이것을 두고 ‘평범한’, ‘전형적인’이란 딱지를 붙이는 글을 꽤 봤는데, 일반적인 한국 수사물들의 눈뜨고 볼 수 없는 엉성한 전개를 감안하면 오히려 비범하고 탁월하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또한 보편적인 호소력이 있는 주제 의식도 갖추고 있습니다. 합리성과 효율을 최고로 치는 현대 사회에서, 그것을 거스르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려고 애쓰는 것이 얼마나 값진가에 대한 이야기이니까요. 또한 주인공 두 사람의 내적 성숙을 다루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영화 말미에 그들은 비범한 자신들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뻗대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좀 더 큰 그림을 볼 줄 알게 되고, 묵묵히 그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가족의 중요성도 다시금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여주려고 에필로그를 질질 끌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석과 유해진의 연기는 둘 다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습니다. 경지 오른 무당처럼 신나게 연기합니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이런 좋은 시나리오를 놓치지 않고 잡은 선구안을 더 칭찬하고 싶네요. 주조연 및 단역 배우들의 연기도 하나 같이 다 좋습니다. 특히 유괴당한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한 이정은이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