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우리가 보고 싶던 액션 영화라는 게 바로 이런 거. 진짜가 나타남.
— 권오윤 (@cinekwon) 2015년 5월 15일
2015. 5. 14. 개봉
사실 저는 이 영화 도입부의 설정이 시대에 안 맞게 과하다 싶었더랬죠. 원래 매드맥스 시리즈는 억압적인 80년대를 넘치는 에너지로 질주하며 엿먹이는 맛이 있었던 건데, 그런 걸 30년 후에 다시 하려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과연 이게 먹힐까 싶었어요. 그러나 이런 걱정은 15분 정도 지나자 싹 사라졌습니다. 액션씬 자체의 속도와 리듬, 격정에 휘둘리면서요.
그만큼 ‘액션 영화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는 식의 기대를 풀 파워로 충족시켜 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만족감을 느낀 적이 과연 있었던가 싶을 정도예요. 설정이 과하다 싶은 부분도 있고, 약간 덜컹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액션 시퀀스 자체가 주는 포만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못 보면 무조건 후회할 영화입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를 보고 있으면, 그간 여성 전사로 불리웠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사라 코너나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 같은 캐릭터들이 그냥 애들 장난 같아요. 그만큼 강력한 여성 영웅이니까요. 그녀가 이 영화에서 겪는 여정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진짜 영웅의 그것입니다. 영화는 물론이고 인류 역사상 전해 내려온 모든 영웅 신화 내러티브를 통틀어서도 유례가 없는, 문자 그대로 역사에 남을 캐릭터예요.
이 영화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페미니즘은, 기존의 대중 문화에서 표현된 방식을 넘어섭니다.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갖고 있는 대중적인 선입견은 ‘차별에 맞서 싸우는 여성’으로 요약되는 이미지들입니다. 하지만 사실 여성성의 본질은 거기에 그치지 않지요. 2세를 잉태하고 희망의 싹을 가꾸며, 오직 그것만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이 여성이니까요. 이 영화는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능력을 겨루는 것은 물론, 아이를 낳고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을 보존하고 가꾸며, 적까지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여성성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편의 영화 속에 제대로 담아냅니다.
나머지는 그냥 영화를 보시면 될 것 같고 따로 설명을 드릴 필요는 없겠지요. 아,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용구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입니다.
P.S. IMAX 3D 아니면 2D 큰 화면을 추천합니다. 애초부터 3D로 찍은 영화가 아니라서, 효과보다는 그냥 큰 극장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