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 개봉
이 영화의 특징은 끔찍하고 잔인한 묘사보다는 신경을 긁는 서스펜스 효과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장르가 호러이니 그런 묘사가 빠질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가 선사하는 공포는 천천히 죄어들어 숨이 턱턱 막히게 하는 그런 류의 것입니다.
기본 아이디어가 뛰어나요. 섹스를 매개로 전달되는 악령이라니.(이것은 섹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직접적인 비유한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과 자면 그것을 넘길 수 있지만 그 상대방이 악령에게 당하면 곧바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설정이라,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끊임없이 두려움에 떨면서 다른 섹스 파트너를 찾아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관객들은 이야기에 몰입하면 할수록 이성간 섹스라는 행위의 특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섹스를 합의할 때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자라서 주인공이 저주를 떠넘기기가 좀 더 수월할 것 같지만, 저주를 이어받은 남자들은 자아도취에 빠지기 쉽고 무뎌서 금방 죽임을 당하기 때문에 문제는 지속됩니다.
결국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화 결말부에서처럼 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가 저주를 떠안은 다음, 그것이 되돌아오지 않도록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여자를 사랑하는데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여자들과 원치 않는 섹스를 해야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미국의 어떤 평자는 이 영화가 10대 시절의 순수를 잃어버리고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 것에 관한 영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이 고교를 막 졸업한 대학 1년생이고, 그녀의 동생과 그 친구들이 중심 인물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적 순수하게 좋아했던 관계에 섹스가 개입되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관계가 돼버리는 일은 아주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 영화는 그런 현상을 냉정하고 서글픈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