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er

2015. 3. 19. 개봉

이 영화는 알려진 대로 샤를 페로의 원작과 1950년에 만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실사로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원작 애니메이션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말 지루해서 못 봅니다. 노래 씬들과 동물들이 등장하는 서브 플롯 때문에 전개가 지지부진하거든요. 이번 실사판은 어떻게 하면 이 동화를 현대의 기준에서 납득이 가도록 잘 설명할 것인가에 가장 신경쓴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설명을 붙이는 게 이런 유명한 동화를 실사로 만드는 데 있어서 딱히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어차피 검증된 심층 구조를 갖춘 이야기이니까요. 신데렐라에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요. 예쁘고 착한 신데렐라, 사악한 계모, 환상적인 변신과 원상 회복 장면, 로맨틱한 무도회, 그리고 유리구두. 이렇게 다섯 가지만 제대로 보여주면 되는 건데요.

솔직히 주연을 맡은 릴리 제임스가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었던 것은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다른 것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영화가 볼만했던 것은 그 때문이지, 나름 말이 되게 설명한 브리지들 때문은 아니었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그런 논리적 인과 관계나 설명이 필요한 디즈니의 프로젝트들은 빅 히어로나 메리다와 마법의 숲 같은, 못 만든 창작 애니메이션들이에요. 아카데미 상은 꼬박꼬박 받아 갔지만 딱히 재미는 없었던 그런 작품들 말이죠.

p.s. 이 영화와 함께 상영된 겨울왕국 단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열기(Frozen Fever, 2015)는 정말 대만족이었어요. 겨울왕국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8분의 러닝타임에 빼곡히 채워 넣었으니까요. 가벼운 개그부터 찡한 감동까지 정말 다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겨울왕국 속편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으로서 아주 반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