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19. 개봉
탐욕스런 권력이 평범한 삶을 어떻게 망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만듦새가 느슨해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씬도 많고, 씬들 사이에 논리적인 인과 관계도 떨어집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극대화하는데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로케이션의 특이한 풍광들, 사진적으로 잘 찍힌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싶어해요. 이 영화는 감독이 직접 편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좋은 편집자를 만나 버려도 되는 컷과 씬들을 들어냈으면 러닝타임을 2,30분 이상 줄여서 더 밀도 높은 영화가 나왔겠죠.
실제 삶에서 겪는 부조리가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공분을 일으키는데, 허구는 논리적으로 잘 구축되지 않는 이상 현실을 이겨낼 수가 없어요. 온갖 음모론이나 유사 과학이 사람들을 홀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들이 놀랄 만큼 앞뒤가 잘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작년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수상권에 들었을까 싶어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때이니까, 러시아 사회의 부패를 다룬 영화에 상을 주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