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 Whiplash (2014)

Whip

2015. 3. 12. 개봉

걸작을 완성하려는 예술가의 숙명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자기 재능에 대한 회의와 싸우는 것입니다. 작업을 하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이거 밖에 안되나’ 하는 의심들과 싸우지 않고, ‘이만 하면 됐으니 괜찮아’ 라는 생각을 하며 안주한다면 십중팔구 평범한 작품을 만드는데 그칠 것입니다. 또한 예술가는 주위의 무관심과도 싸워야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들이나, 같은 예술에 종사하는 동료이지만 야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의 열정을 강박적인 집착이라고 폄하하거나, 쓸데없이 까탈스럽다고 깎아내릴 테니까요.

이 영화가 데뷔작인 만 30세의 젊은 감독 데미언 차젤 – 아버지가 프랑스인인 점을 감안한 불어식 발음은 다미앙 샤젤 – 은 이런 예술가의 숙명에 대한 이야기를 강렬한 대결 플롯을 바탕으로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가장 인상깊은 점은 재즈 드럼 주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재에 맞춰 음악 설정과 영화의 스타일을 일치시킨 것입니다. 재즈 드럼-리듬-알레그로-짧은 컷-몽타주로 이루어진 100분의 러닝 타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체를 지향합니다. 정반대 스타일의 영화인 원스가 보컬-선율-아다지오-롱 테이크-미장센으로 잘 구축된 것과 비교해 보면 이 영화의 개성이 도드라지겠지요.

확실히 이 감독은 음악과 영화 언어 모두에 능통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는 고등학교 때 빅 밴드에서 연주했던 경험을 바탕 삼아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클래식 피아노 콘서트를 무대로 한 스릴러 영화 그랜드 피아노의 각본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소양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저는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을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그가 21세기의 쿠엔틴 타란티노나 폴 토머스 앤더슨이 될 거라고 확신하거든요. ‘저수지의 개들-펄프 픽션’ / ‘리노의 도박사-부기 나이트’로 이어진 선배 감독들의 영화처럼 전편보다 나은 작품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시상식의 남우 조연상을 독식한 J.K. 시몬스의 연기는 소름끼칠 정도입니다. 저는 영화 주노의 쿨한 아빠 정도로 기억하는 배우인데 말이죠. 그야말로 후덜덜했습니다. 하지만 드럼 연주를 직접해 낸 마일즈 텔러의 연기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스펙타큘라 나우 같은 영화에서 보듯이 미성숙한 소년의 열등감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거든요.

영화에서 이들이 음악에 임하는 태도는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의 그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누군가가 이 영화의 두 캐릭터를 나이트 크롤러의 주인공 하고 비교하면서 결국 같은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던데, 말이 안되는 얘기죠. 감정은 없고 욕망만 있는 소시오패스와 들끓는 감정과 야심으로 가득찬 두 사람은 결코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내뿜는 광기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예술적 야심을 달성하기 위한 ‘채찍질’입니다. 감독의 생각도 같습니다. 끊임없는 단련과 집요함, 그리고 룰을 바꿔 주도권을 쥐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예술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정신에 입각하여 끈질긴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그야말로 감독의 주제 의식과 작업 태도, 결과물이 일치하는 보기드문 수작이라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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