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7. 개봉
인간이라는 종에게 집단 생활과 협력은 숙명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은 여러모로 괴로움을 겪게 되지요. 이들이 본능을 거스르면서까지 다수에 맞추거나 아예 집단에서 떨어져 나가는 희생을 치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인간 사회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Stay weird. Stay different.”로 요약되는 아카데미 수상 소감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그레이엄 무어는 앨런 튜링의 삶을 각색하면서 바로 이 점에 주목합니다. 그는 평생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그 비범함으로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낸 사람이니까요. 이 주제는, 튜링이 2차대전에서 암호 해독에 성공하기까지를 다루는 메인 플롯의 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그의 과거-현재-미래의 개인사를 다룬 서브 플롯들을 통해 변주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생각 이상의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스스로 알아서 불안을 느껴야 하고, 혹시라도 따돌림 당할까 두려워해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이야기이니까요.
달랑 2시간 짜리 영화로 어떤 사람의 일생에 관해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가 느꼈을 법한 감정의 일부를 경험하고 공감과 지지를 보낼 수는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라는 매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지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괴짜 천재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서는 역대 최고의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그의 섬세한 내면 연기는 가슴 저미는 순간들을 여러 번 만들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