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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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1. 개봉

설 연휴를 앞둔 주말의 실질적인 승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불리함을 딛고 굉장한 흥행몰이를 해냈으니까요. 2, 30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저는 좀 걱정됩니다.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폭력과 살인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아주 거슬리거든요. 먼저 벌 받아 마땅한 나쁜 놈들이라는 걸 보여준 다음, 거리낌 없이 살해해 버리는 식 말입니다. 그것도 거부감을 중화하기 위해 신나는 톤의 음악을 깔고 카메라 앵글과 편집 리듬을 다양하게 변형시켜 가며 갖은 노력을 다하거든요.

이건 분명히 파시스트적인 태도입니다. 죽을 만한 이유만 있다면 개개인의 소소한 차이는 고려할 필요 없이 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이니까요.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도,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도, 해방 후 혼란기의 빨갱이 사냥도 똑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영화가 언뜻 보기에는 사무엘 L. 잭슨으로 대표되는 파시스트들을 반대하는 것 같지만, 주인공 역시 그들을 상대하면서 똑같은 논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화 거의 전체에서 파시즘의 악취가 풀풀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연 표현의 한계를 넘으려는 신선한 시도일까요? 아니면 감독의 악취미에서 나온 것일까요? 감독 매튜 본은 분명히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그 효과가 어떨지 아주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전작인 킥 애스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도 거슬리는 지점이 똑같았죠. 이 영화에서는 보다 엄밀한 계획하에 자기 생각을 아주 분명하게 표현하면서도 거부감을 줄이려는 노력을 치밀하게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이번 영화를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가만히 떠올려 보십시오. 감독이 제일 힘을 줘서 보여주고 싶은 부분들이 어디인지. 그의 주된 관심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세련되게 고안한 살육 장면을 어떻게 정당화하느냐에 있지, 고전적 스파이물에 대한 헌사나 향수에 있지 않다는 게 확실해질 것입니다.

차라리 만화나 게임이라면 그냥 안 보고 안 하면 그만인데, 영화는 일단 극장에 가서 자리에 앉게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영 시간이 끝날 때까지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꼼짝없이 보고 들어야 하지요. 그래서 영화라는 매체는, 정말 재미없게 못 만들지만 않았다면 교묘하게 일방적인 주장을 하기 쉽습니다. 히틀러나 김정일 등 역사적으로 많은 독재자들이 영화광인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그러니 이 영화처럼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일수록 그 속내를 뜯어보고 곱씹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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