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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5. 개봉

이 영화가 흥행에서 망한 이유를 그냥 ‘관객들이 비슷비슷한 복고에 질린 거야’, 혹은 ‘특정 배우에 대한 대중의 비토 때문이야’ 하고 지나가면 아무런 공부가 되지 않습니다. 제일 기본적인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야지요. 과연 상업 영화 아이템으로는 매력적인 기획이었는지, 그리고 멜로 영화로서 적정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는지.

대중 문화 상품에서 잘 써먹을 수 있는 복고 소재라는 건, 특정 세대를 넘어서는 보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쎄시봉에 대한 추억담이 과연 보편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요즘처럼 대학생이 그리 많지 않은 시절이기도 했고요. 쎄시봉이 모 TV 연예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을 때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시대에도 저랬다니 신기하다는 반응 정도가 다였지요. 그 정도의 신기함만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는 않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나 국제시장을 떠올려 보면, 같은 복고라도 이 영화의 소재가 가진 한계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다음은 멜로 라인.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떠올랐던 영화는 무려 12년전 영화인 클래식이었습니다. 같은 장르이면서 배경이 되는 시기도 거의 비슷하지요. 그에 비하면 이 영화는 완성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주인공의 매력은 당연히 훨씬 떨어지고, 사랑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구태의연하거든요. 김현석 감독의 멜로가 그동안 평가를 받았던 건, 아무리 라이프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촌스럽고 비루해질 수밖에 없는 남자들의 연애 감정을 잘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배경이 과거인 영화에서는 감독 특유의 남자 캐릭터가 완전히 빛을 잃고 그냥 촌스러움이 배가되기만 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배우는 한효주와 강하늘입니다. 그동안 한효주의 연기를 보면서 고전적인 여성의 매력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강하늘은 윤형주를 멋지게 모사해낸 것 자체도 훌륭했지만 상대와 합을 주고 받는 부분에서도 기본기가 잘 잡힌 배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