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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21. 개봉

제가 제일 싫어하는 액션 영화들은 시쳇말로 ‘편집으로 조지는’ 영화들입니다. 카메라 여러 대 돌려가며 찍은 화면을 자디잘게 이어붙여 놓고는 그걸 액션씬이라고 하는 영화들 말이죠. 이런 영화들은 홍보 과정에서 배우가 대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는 걸 내세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영화 대부분의 액션씬들이 그렇고, 할리우드도 예산 부족을 속도감 있는 극 전개로 만회해야 하는 영화들은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는 남다른 쾌감을 줍니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기본적인 논리와 개연성을 갖추고 독창적인 묘사가 살아 있는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복수 여정을 따라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격투 장면은 실제 몸과 몸이 부딪치고, 카 액션도 단순한 대신 현실감이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은 스턴트 코디네이터 – 우리 식으로 하면 무술 감독 – 출신의 감독 데이빗 레이치와 채드 스타헬스키는 맘먹고 만든 액션씬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들은 이 영화 이전에 여러 편에서 세컨 유닛이나 액션 씬의 연출을 맡은 바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영화의 성공으로 속편 제작 계약도 했고 그 외에 두 편을 더 공동 연출하기로 했지요.

사실 우리나라도 스턴트에 돈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훨씬 더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됩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비슷비슷하고 밋밋한 액션씬들을 지루하게 늘어 놓는 것보다는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시퀀스 두 셋을 잘 찍는 것도 방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