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 개봉
다르덴 형제는 중편 다큐멘터리로 경력을 시작하여 극영화 쪽으로 옮겨 왔는데, 3번째 장편 극영화인 <약속>(1996)이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기 전까지는 20년 가까이 무명 생활을 했죠. 그 다음 장편인 <로제타>(1999)로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면서 단숨에 명성을 얻었고, 이후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매번 칸 영화제에서 수상 기록을 내며 승승장구해 온 거장입니다.
이번 영화는 칸에서 수상을 놓쳤지만 <로나의 침묵>(2008)부터 시도해 온 스타일상의 변화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이전까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커팅을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연출 스타일을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보다 고전적인 드라마 구조를 가진 각본을 만들고 커팅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쪽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번 영화는 시작부터 결말 처리까지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매끈하게 잘 만든 영화였지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동료의 퇴직으로 인해 자신이 받을 이익의 무게를 가늠하는 다양한 입장을 모두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점이 정말 좋았어요. 어떤 영화가 촌스럽고 지루해지는 순간은 작가 혹은 감독이 생각하는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할 때 거든요. 지금은 과거처럼 한 가지 생각과 행동 방식만이 옳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물론 이 영화는 티셔츠 쪼가리만 입고 길에 나서도 빛이 나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여신 미모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1박 2일의 여정이 이렇게까지 흥미진진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아주 당연한 결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