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lo

2014. 4. 16. 개봉

미혼모 시절 자기 뜻과 상관없이 입양보낸 아들을 찾는 할머니와, BBC 특파원 출신으로 정계에 나섰다 실패를 맛 본 베테랑 기자의 동행. 여기까지 들으면 식상한 아이템이라 생각하고 고개 돌릴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놓치기엔 정말 아까운 영화다.

스티븐 프리어즈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출과 주디 덴치와 스티브 쿠건이 보여주는, 인간적 연대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온기로 가득찬 앙상블은 진짜 프로들의 작업을 보는 기쁨을 선사한다. 물론 논픽션 원작을 바탕 삼아 각본을 쓰고, 제작, 주연까지 맡아 해낸 배우 스티브 쿠건의 공이 제일 크다. 그의 노력은 2013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충분히 인정받았다.

흔히 화해의 전제 조건으로 정의의 실현을 든다.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정의는 수단이나 과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목표다. 그것을 완벽히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싸움을 필요로 한다. 강한 멘탈과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려면 맘 속의 불편함과 화를 승화시키는 과정, 화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역사와 타인, 자기자신과의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서 내딛는 걸음이 과연 건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필로미나가 하는 선택들은 말할 수 없이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