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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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6. 개봉

개봉 전부터 아이맥스 상영관을 매진시키면서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갔던 화제작. 흔히 이 영화와 연관된 과학이라고 하면 웜홀-블랙홀-중력장에 의한 시간 왜곡 등의 이론물리학적 지식만을 떠올리지만, 이 영화의 내러티브 전체를 지배하는 과학적 논리는 진화심리학이다. 그간 나왔던 숱한 논쟁들도 이 부분을 간과하는 데서 나온 게 아닐까.

맷 데이먼이 매튜 매커너히를 속이는 장면을 보자. 여기서 맷 데이먼이 내뱉는, 마치 굉장히 과학적인양 읊조리는 대사 때문에 이 영화가 과학적 이성 혹은 사회생물학에 대해 ‘사랑’이 최종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맷 데이먼의 말과 행동,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상황의 전개를 보면 젼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맷 데이먼의 대전제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맞다. 인류라는 종은 생존에 대한 강한 욕망 때문에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니 나같이 우월한 지식과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인류 생존을 위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너는 여기서 죽어달라는 식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도 않고, 진화론의 방식도 아닌 완전히 틀린 이야기이다. 그것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곧바로 알 수 있다.

만약 그가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진정 우월한 개체라면, 자신이 전제한 대로 생존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지고 행동했어야 한다. 매튜 매커너히의 숨통을 더 확실히 끊어 놓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매튜 매커너히가 완전히 죽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귀환을 서두른다. 끔찍한 것은 못 보겠다는 듯이 위선을 떨면서.

그는 결국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 즉, 훨씬 더 강한 생존 의지를 가진 – 매튜 매커너히보다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그는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생존 본능이 강한 개체가 아니었다. 그저 살고 싶은 마음에 자기한테 유리한 방식으로 이야기한 거짓말쟁이 개체였을 뿐이다.

이야기의 결말을 보자.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것은 브랜드 박사의 냉혹한 이성에 입각한 플랜B가 아니다. 매튜 매커너히와 그의 딸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내적 속성인 ‘사랑’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종류의 사랑인가? 영화는 자기 딸과 남겨진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까지 분투하는 매튜 매커너히의 모습과, 그리고 그 딸이 오빠의 고집으로부터 자기 조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행동을 병치하여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은 신적 존재의 내리 사랑이나, 남녀 간의 에로스가 아닌, 자기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후손 및 종 전체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들의 사랑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영향 받은 영화로 거론되는 <콘택트>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메테우스> 등은 본질적으로 이 영화와는 다른 갈래의 SF다. 그런 영화들에서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이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광대한 우주나 다른 외계 문명의 존재에 대한 인식과 그로 인한 경외감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류의 SF들은 종종 더 큰 존재를 향한 종교적인 신앙심을 표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일부의 비아냥처럼 SF의 탈을 쓴 가족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행동과 습성을 다른 동물의 그것처럼 진화론의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 즉 진화심리학의 입장에 기반한 우주 스케일의 우화라고 할 수 있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대해 경외감을 표시하면서도, 인간이라는 극히 미미한 생물 종의 생존 의지와 그에 따른 노력에 대한 경의도 빼놓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독창적인 SF로서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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