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3. 개봉
6살 소년이 18살이 되는 12년 동안 매년 15분 정도의 분량만을 촬영한 후 그것을 재편집하여 만들었다.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이런 식의 작업 방식이 가능하게 만든 감독과 배우들의 노력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 소년이 한 해마다 겪는 어떤 순간들을 짧게짧게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린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몇몇 순간들을 제외하면, 기억의 저편에 남겨져 잊혀진 사람들의 운명은 알려고 해도 알 수가 없으니까.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사람의 한계란, 또 우리 인생이란 그 정도일 뿐이라고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이 영화는 감독의 시점 자체가 부모의 시선이라 그런지 몰라도, 부제를 페어런트후드라고 붙여도 될 정도이다. 갖은 일을 겪으면서도 아이가 점점 커가는 것을 지켜봐 온 부모의 회한과 자부심이 묻어나니까. 극 중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패트리샤 아퀘트의 자부심 섞인 신세한탄처럼,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결국 자손을 잘 키워내려 백방으로 노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인생관은 다소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삶을 보다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개인적 목표에 아등바등하지 않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적절한 크기로 한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난히 치열하게 살아갈 것을 강요받는 한국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태도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