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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8. 개봉

언제나 청년 같은 결기를 보여주는 켄 로치 감독의 최신작. 여든을 눈 앞에 둔 그는 이 영화로 극영화 제작에서 은퇴한다고 얘기했다. 그의 수많은 걸작들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는 소박하다. 좀 촌스럽고, 딱히 뛰어난 장면도 없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따지자면 빵과 장미나 칼라 송 같은 계열의 영화다. 형식적 완성도보다는 조근조근 들려주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 말이다.

독립 전쟁 후 가톨릭 교회와 정치적 협상파가 장악한 아일랜드에서 자기들의 목소리와 가치를 지키려 애쓰고 싸웠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울림이 있다. 이건 1930년대 아일랜드 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비슷한 시기에 일제의 억압을 경험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피지배의 기억을 가진 모든 민족이 경험한 역사다. 또한 억압은 상존하고 연대해야 할 이웃은 지척에 있는, 지금 여기의 한국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고.

나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타인과 공동체에 정을 쏟고 뭔가를 함께 이뤄내기 위해 힘을 모은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별히 아름답고 고귀한 것도, 이상주의적인 바보짓도 아니다. 이건 그냥 인간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져야 하는 본능 말이다.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그런 인간적인 ‘본능’에 직접 호소하는 데서 나온다. 여기에 세련된 플롯이나 정교한 몰입 기제가 더해졌더라면 좀 더 보기 좋았겠지만, 거추장스러운 장식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