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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8. 개봉

1990년에 개봉하여 히트했던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 사실 리메이크는 위험 부담이 큰 프로젝트다. 특히 이 영화처럼 전작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경우엔 더욱 더. 관객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못하면 좋은 기억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관람을 주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2004년에 개봉한 효자동 이발사로 데뷔한 후 10년만에 두 번째 작품을 내놓은 임찬상 감독은 안정적인 연출력을 선보이면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초반에 웃기려고 만든 설정 몇 개가 좀 억지스럽긴 했지만, 따뜻한 정서가 돋보이는 장면들을 차분하게 잘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만큼 흥행 성적도 좋아서 21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11/15 현재) 이것은 올해 10월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으로는 가장 좋은 것이다. 이런 성적은 비수기이고, 4대 배급사가 아닌 신생 배급사 씨네그루(주)다우기술의 첫 한국영화 배급작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신민아와 조정석은 각자 맡은 역할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연기해 주었다. 건축학개론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한 조정석의 연기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지만, 신민아는 미지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확실한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연기력과 아우라를 보여 주었다.

아쉬운 것은 두 배우의 앙상블이다. 각자 최상의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상하게 케미가 안 생겼다. 그러나 이것은 원작에서의 최진실-박중훈도 그런 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신혼 커플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런 건가 하고 넘어가 줄 수도 있다.

전작과 거의 비슷하게 이야기를 풀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 신혼 부부의 역학 관계나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4반세기가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뒷맛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