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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8. 개봉

미국의 인기 작가 로렌스 블록이 쓴, 동명의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영화화한 작품. 원작은 무덤으로 향하다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출간되어 있다. 탐정 매튜 스커더가 나오는 시리즈물 중 한 편.

이게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궁금했던 것은, 원작에서는 92년이라는 시대 배경, 그리고 당시의 기술적 한계가 범인 추적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2014년에 개봉되는 영화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다.

결과는 생각보다 꽤 성공적이어서, 원작보다 스커더의 추적 과정에 좀 더 힘을 실어 주는 쪽으로 플롯을 잘 정리한 것 같다. 시대를 Y2K문제 등으로 세기말 분위기가 나는 98년으로 잡아준 것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연쇄살인마를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만듦새가 눈에 띈다. (이것이 만약 한국 영화였다면 단숨에 올해의 영화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 영화 중에서 기본이라도 해주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또한 매튜 스커더라는 캐릭터의 인장(印章)이라 할 수 있는 요소들도 그럴 듯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그가 경찰을 관두게 된 계기가 된 트라우마, 그리고 그가 강박적으로 참석하는 금주 모임의 심리적 영향, 성당에서 촛불켜기 같은 것들도 잘 배치해 놓았다. 하지만 이것은 이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즐길 수 없는 요소라서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흐름을 약간 깨는 감이 있다.

참고로 국내에 출간된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두 권이 더 출간 되어서 현재 여섯 권까지 나와 있다.(링크 참조) 이 시리즈는 시대의 도덕과 윤리의 문제를 질타하는,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와 유사한 면이 있다. 초기작은 더욱 그렇고. 그러나 800만 가지 죽는 방법 이후로는 추리 과정에 당대의 대중 문화나 과학 기술을 적절히 반영하고, 좀 더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