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1. 개봉

[리플리] 시리즈로 잘 알려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단편이 훨씬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좀 불안하긴 했다.

여기서 잠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책 영업을 하자면, 현재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그녀의 책은  [리플리] 시리즈 5권, 히치콕이 영화화한 [낯선 승객] 등의 장편들 뿐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 책들은 각각 영화로 만들어진 태양은 가득히열차의 이방인을 보는 게 더 낫다. 둘 다 원작보다 나은 것으로 손꼽히는 영화이기도 하니까.

대신 얼마 전에 절판된 단편 선집 4권 – 동물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어쩌면 다음 생에, 완벽주의자 – 은 적극 추천한다. 장편보다 훨씬 재미있고, 작가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시킨다. 웬만큼 큰 도서관에는 대부분 비치되어 있으니 기회될 때 꼭 구해서 읽어 보길 권한다. (서울시 통합도서관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

다시 영화로 돌아오면 초반 25분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서스펜스가 살아 있어 볼만한데, 그 이후의 연출은 정말 봐줄 것이 없다. 뻔한 것을 지지부진한 전개로 늘리는 바람에 긴장감 자체가 안 생긴다. 배우들은 또 어떻고.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비고 모텐슨과 커스틴 던스트,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오스카 아이삭의 앙상블이란! 특히 오스카 아이삭은 인사이드 르윈에서 텁수룩한 수염 덕을 많이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감독 후세인 아미니는 칸 감독상 수상작 드라이브의 각본을 쓰는 등, 제법 이 바닥에서 잔뼈 굵은 양반. 이 영화가 감독 데뷔작이다 보니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