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3. 개봉
알려진 대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원작은 플롯이 약하지만, 부분부분 인상깊은 에피소드나 구절이 많은 책이었다. 일종의 예쁜 조각보 이불 같다고 할까? 그러므로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할 때의 포인트는 적절한 플롯으로 뼈대를 만들어 주고 에피소드를 취사선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상업 영화로 만들 때는 투자나 홍보 등의 여건상 필연적으로 부모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있겠다. (원작에서는 화자이자 주인공이 조로증에 걸린 아이다.)
중심 플롯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자기 자식의 죽음이 코앞에 닥쳐옴에 따라 깨닫게 된다는 식으로 잡은 것은 꽤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원작의 설정과 에피소드를 가져오고 배열하는 방법이었다.
소설을 읽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커뮤니케이션 양식이어서, 영화에는 소설에 비해 관객이 끼어들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할 여지가 적다. 따라서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느 시점에서 관객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할지 훨씬 꼼꼼하게 계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점이 부족하다. 그리하여 여러 장면에서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눈물짓게 만들기는 하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감정을 끌어올리려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한 것에 비해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송혜교도 노력을 많이 한 것이 눈에 보이지만, 결과는 그에 못미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노력을 보상받을 기회가 꼭 올 것이라 생각한다.) 강동원은 그야말로 이 영화를 혼자 하드 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원탑으로 나와도 완전히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