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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13. 개봉

잘 알려진 대로 동명의 연극 대본을 각색한 영화이다. 원작은 인물간의 관계와 사태의 여파를 보여주면서 제3자 입장의 관찰자인 관객들이 정서적 충격을 음미하게 만드는, 연극으로 상연되었을 때 효과적인 텍스트였다. 따라서 이 지극히 연극적인 원작을,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주된 동력으로 하는 영화 매체에 맞게 잘 각색해 내느냐가 이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지점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화는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두 주역인 강 선장(김윤석)과 동식(박유천)은 물론, 영화 속 어떤 캐릭터도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기본적인 캐릭터 디벨롭은 되어 있지만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정해진 역할을 하기 위해 스크린을 떠다닐 뿐이었다. (창욱을 연기한 이희준만 빼고. 그는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 중 하나다.)

이렇게 되면 감정 이입이 불가능한 채, 연극을 보는 것처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다. 샷 구성 역시 시종일관 연극을 보는 듯했다. 결국 매체에 맞는 각색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효과는 있었다. 원작 연극을 봤을 때 느꼈을 법한 울림은 관객들에게 전달되긴 했으니까.

이것이 컨셉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걸 노렸다면, 실제 공연 실황에 바스트나 클로즈업을 간간히 가미해서 생동감을 주는 수준으로 찍어도 무방했다. 그래도 관객의 반응이나 평가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수십 억을 낭비하지 않았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