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3. 개봉
원스의 뉴욕 버전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영화다. 이야기 구조도, 음악의 정서도 그러하니까. 그러나 원스보다 훨씬 향상된 각본과 연출력을 보여준다. 그때는 뭔가를 보여 주겠다는 예술적 자의식이 강해서 불편했었다. 이번 영화에선 인물들이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선택을 하면서 쉽게 쉽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 돋보였다. 음악이 중심인 영화라면 특이한 캐릭터나 배경, 반전 같은 걸 집어 넣어 어렵게 갈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 덕분에 좋은 노래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나중에 뮤지컬로 만들기도 여러모로 수월할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와 음악을 놓고 밤새 토론하고 같이 듣고 사람을 끌어 들여 데모 CD를 만드는 과정 등등은, 나와 내 친구들이 영화를 갖고 보낸 지난 시간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한 가지 부러운 것은 음악으로는 일상의 거의 모든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거. 영화는 만드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상영 시간도 길어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는 매체다.
에필로그는 그냥 한 푼도 들이지 않은 음반사가 수익을 올리게 둘 수는 없다는, ‘일한 만큼 받아가라’는 식의 얘기지, 대안적인 음악 유통 방식에 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예술이란 어차피 팔려야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기존의 유통 방식, 저작권 이런 것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영화에서도 음반사를 통해 출시하는 대신 선택한 것이 아이튠즈 아니던가.
확실히 키이라 나이틀리는 예쁜 척하는 배역보다는 이 영화에서처럼 나 그냥 말괄량이야, 하는 식의 배역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선 노래도 엄청 잘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 마크 러팔로는 관객들의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는 배우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좀 어색하긴 했지만 캐릭터와 잘 어울린 애덤 러빈, 이미 여러 영화에 출연해 배우 뺨치게 안정적인 모스 뎁과 함께, 쿵푸팬더 주제가로 유명한 힙합 뮤지션 씰로 그린도 잠깐 출연하여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