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31. 개봉
스타워즈 시리즈를 개봉관에서 볼 수 있었던 세대는 아니지만, TV로 방영된 더빙판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수십 번을 돌려 보았던 터라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영화가 단순한 시청각 매체가 아니라 그 이상의 힘, 그러니까 책보다 훨씬 강력하게 감정을 흔들어 놓고 다른 꿈을 꾸게 만드는 매체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어릴적 인기 있었던 다른 영화들, 그러니까 E.T.나 구니스,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등과는 다른 종류의 재미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는 꼭 그런 종류의 영화다. 마치 스타워즈를 다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 음악, 우주에 관해 꿈꾸었던 사춘기 소년의 마음 – 미지의 것들에 대한 설렘과 욕구불만, 도덕적 이상주의로 가득찼던 – 으로 잠시나마 돌아가게 해주었으니까.
물론 이 영화에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많긴 하다. 스타워즈가 처음 개봉했던 70년대 팝으로 이루어진 삽입곡들, 고풍스런 메카닉과 미술,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스토리 등등.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주인공들이다. 어딘가 결함이 있거나 주체하지 못하는 분노에 휩싸여 실수하는 녀석들 말이다. 이들은 번뜩이는 재치와 능력을 선보이다가도 금세 얼뜨기가 되고 마는, 사춘기의 소년 소녀들 같다. 좌충우돌을 겪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음악과 우주라니! 이건 그냥 게임 끝이다.
개인적으로 마블 영화들의 큰 약점이라 생각했던, 과도한 진지함을 덜어냈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수퍼히어로물에서 주인공이 악당을 이기는 건 당연한 결말이라 기본적으로 서스펜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보는 관객들보다 영화 속 주인공이 더 긴장하고 있을 때가 많으니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설명이 필요없는 여타 유명 수퍼히어로들과는 달리, 시나리오 상에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 공을 많이 들여야 했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결론은 그간 마블 영화에 딱히 매력을 못 느꼈을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 어딘가 결함이 있는 녀석들의 연대가 난 놈들의 연대보다는 훨씬 흥미진진하기 마련이니까. 특A급 스타가 없는 관계로 우리나라 흥행에선 고전 – 131만명 관람 – 했지만, 미국에서는 9월 14일까지 3억 6백만불의 수입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