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2014. 5. 22. 개봉

최근의 아이언맨 시리즈와 어벤저스의 성공으로 마블 영화 하면 어벤저스의 수퍼 히어로들이 떠오르는 시절이 되어 버렸지만, 2000년대 초반 마블의 대표 선수는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이었다.

엑스맨 1, 2의 감독이었지만 한동안 시리즈를 떠나 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3년 전에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제작을 맡으면서 돌아왔다. 리부트된 엑스맨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인 이번 작품에서는  자기가 직접 연출을 맡았는데, 결과는 아주 놀라울 정도로 좋다.

사실 리부트의 첫 편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돌연변이계의 양대 산맥인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을 스크린으로 가져오면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긴 했지만, 여러가지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어야 했기 때문에 약간 산만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문제 하나를 던져 놓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고전적이면서도 아주 단순명쾌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게 한껏 올려 놓은 극에 대한 몰입도를 바탕으로, 이전의 주요 시리즈들을 모두 언급하면서 하나의 큰 세계관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시간 여행 개념을 깔아 놓는 영리한 선택을 더한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마블 원작 특유의 평행우주 개념을 스크린에 제대로 구현한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었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문 파괴 로봇인 센티널에 의해 도륙되는 돌연변이들의 액션 시퀀스는 오래 기억될 명장면이다. 장렬하기보다는 처연한 이 시퀀스들은 엑스맨 시리즈 특유의 정서 즉,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용당하고 핍박당한 돌연변이들의 슬픈 운명을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시퀀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열광과 그럭저럭 재미있다는 반응 사이의 간극은 이 장면들에 대한 감정이입 여부에 따라 생기는 것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