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Godzilla (2014)

2014. 5. 14. 개봉

난 고지라 시리즈 영화를 본 적도 없고 따라서 팬이 아니지만, 초딩 때 문방구에서 팔던 5백원, 1천원 짜리 괴수 대백과의 기억이 매우 생생하다. 고지라 영화 시리즈에 줄줄이 나오는 모스라, 메카고지라 등의 괴수들을 키 몇, 필살기 뭐 이런 식으로 하나 하나 설명해 주던 손바닥 만한 책이었는데,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엄청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 조악한 수준의 컬러 인쇄물에 나온 것만으로도 꼬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릴 정도이니, 이 시리즈가 21세기에 들어서도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실 이번 영화를 보게 된 건 순전히 브라이언 크랜스턴 때문이다. 미드 ‘브레이킹 배드’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던 그가 이런 블럭버스터에 주연급으로 나오는 건 처음이니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무지에서 비롯된 너무나 순진한 기대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고질라였으니까. 압도적인 크기와 포스를 지니고 ‘이 행성에 대빵은 나 하나’라고 온몸으로 부르짖으며 다른 괴수를 박살내는 이 녀석을 봐야지, 한낱 인간 역할의 배우를 보러 가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고질라의 크리처 디자인이나 위압감은 아주 볼 만하다.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내러티브는 단순하고, 꽤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매 순간 비슷비슷한 표정으로 짓는 것으로 자신의 연기를 얼버무리고 있기 때문에 종종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걸 시리즈로 만들려고 한다던데, 딱히 궁금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