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6. 개봉
심심하기 짝이 없는 토르 시리즈나, 전작인 퍼스트 어벤져 같이 나올까봐 딱히 관심은 없었는데 개봉이 다가올수록 평이 좋아서 보게 되었다. 확실히 마블 캐릭터에 대한 익숙함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영화 작품에 가깝다. 최소한의 핵심 요소를 고루 갖춘 각본과 액션 장면의 쾌감,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 고유의 지루함을 상쇄시켜 준 블랙 위도우와 팔콘 덕에 평균 이상의 재미가 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칭찬해 주고 싶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그렇듯,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영화는 아니다. 뻔하고 지루한 부분들도 있다.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 온 캡틴 아메리카의 고뇌는 그냥 그 혼자만의 것으로 보인다. 공안 당국의 뻘짓이 너무나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쉴드의 붕괴나, 그 내부에서 암약하는 하이드라의 존재가 그렇게 큰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닉 퓨리가 초반에 그렇게 빠지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후반에 다시 나온다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놀랍지도 않고.
대규모 상업 영화 기획에서 흔히들 놓치는 것은 흥미로운 볼거리에 집중하는 나머지, 관객의 실제 삶과의 감정적 연계를 만들어 내는데 실패하는 것이다. 볼거리에 대한 집중력은 길어야 3,4분이다.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객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관객이 ‘저건 내 이야기야’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가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며, 이번 영화에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