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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3. 개봉

전쟁이나 테러를 다룬 영화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오류 많은 존재인 인간 스스로가 초래한 최악의 비극이 벌어지는 현장을 다루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시련을 겪게 되어 있는데, 그 시련이 다른 인간들을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공식적으로 살인 면허가 발급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당연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전쟁 영화들은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게 된다. 이런 극한 상황 자체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반성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영화 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대참사인 2005년의 ‘레드 윙 작전’을 다룬다. 탈레반 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해 정찰조로 네이비씰 4명을 파견했다가 발각되어 총격전을 벌인 끝에 1명이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았고, 수색 및 구조 작전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건이다.

각본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영화이고, 레드 윙 작전의 전말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은 꼭 한 번 볼 필요가 있는 영화지만, 재미있게 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전이 실패한 것은 위험 요소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네이비씰 몇 명으로 어떻게 해보려 한 것 때문이지, 영화에서 결론지은 것처럼 염소몰이꾼들을 그냥 인도적으로 놓아 준 것 때문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염소몰이꾼을 죽였다고 그들이 무사했을까? 또 다시 발각당할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까? 통신 두절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하지 않았을까?

또한 인물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그리는 방식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극한 상황의 리얼리티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을 넘어 스펙터클로서 전시하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바위 절벽에서 구르는 배우와 스턴트맨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반복해서 보여 주는 부분 같은 것. 오죽하면 이 영화의 연관 검색어가 ‘절벽 액션’일까. 당시의 고통과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는 있었을 테지만 너무 과해서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 언제나 의도는 드러나지 않을 때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전형적인 미국 우파의 논리와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같은 종류의 참사를 다루지만 군부의 무능에 초점을 맞춘 블랙 호크 다운과는 완전히 반대 관점이고, 빈 라덴 암살 작전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와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이 영화의 미덕 – 혹은 건전한 미국 우파의 미덕 – 은 위에서 한 것 같은 질문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극우파들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정당한 문제제기까지 차단하기 위해 사실을 조작할 뿐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면 배신자로 낙인찍는 식이 되었겠지. 그런 이야기를 누가 보려고 할까. 왜 한국 영화는 ‘좌파’ 영화 밖에 안 나오냐고 되묻는 사람들은, 그러기 전에 자기들의 어처구니 없는 수준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영화 만들기는 간첩 조작질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