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7. 개봉
‘부당한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좋은 아이템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충분히 감정 이입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갖고 있는, 정의에 대한 소망을 자극함으로써 공분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흑인의 역사, 특히 노예제도의 피해자로서의 흑인의 역사는 언뜻 상투적인 느낌이 드는 소재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았다. 다만 이런 소재를 어떻게 풀었을지 궁금하기는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 셰임으로 자신의 연출력을 증명한 영국계 흑인 감독 스티브 맥퀸과, U 턴의 원작 및 각본, 쓰리 킹즈의 원안을 맡았던 노련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 극작가 겸 감독인 존 리들리는 이런 소재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한다.
그 중 하나가 지금껏 미국 노예 제도를 다룬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노예 생활의 디테일을 파고드는 것이다. 멀쩡한 주택 안에서 벌거벗긴 흑인들을 사고 파는 장면이나, 가죽 채찍으로 맞은 상처나 도망 노예를 목매달아 죽이는 장면 등은 꽤 충격적이어서 그 비참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나머지 흑백 관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 방안 제시나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 새롭지는 않지만 탄탄한 각본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랍고도 공감을 자아내는 장면은 위의 트윗에서도 언급한, 치웨텔 에지오포의 원샷이다. 이 단순한 장면은 꺾이지 않는 희망과 삶에 대한 의지로 점철된 미국 흑인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모두 보여주는 아주 강력한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