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러버스 Two Lovers (2008)

2014. 1. 23. 개봉

영화 시나리오에서 캐릭터를 잘 만든다는 것은 소설하고 조금 다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반응과 그 변화 과정에 맞춰 인물의 내면을 설정하는 것은 시나리오나 소설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나리오에선 소설 쓸 때처럼 미리 준비해 둔 디테일을 모두 사용하여 풍성하게 만들 필요가 전혀 없다. 설정된 인물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정확하고 강력한 디테일이 최소한도로 필요할 뿐이다. 요리로 치면 소설 쓰기가 준비한 재료를 모두 사용하는 샐러드 만들기라면, 시나리오 쓰기는 손님의 취향과 순서에 맞춰 내는 초밥 만들기인 것이다.

수많은 캐릭터 중심의 영화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준비한 디테일들을 총동원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데만 신경쓰고, 정작 더 중요한 인물의 심리 변화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짤 것인가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강렬한 캐릭터 드라마인 이 작품은 좋은 교본이 된다.

이 영화의 감독 제임스 그레이는, 이미 25세 때 러시아 이민자 사회를 배경으로 한 팀 로스의 비열한 거리로 베니스 감독상을 받아 천재 감독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영화들은 데뷔작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 영화는 먼 길을 돌아 온 그가 다시 한 번 재능을 꽃피운 수작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