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신나는 아카펠라 씬들이 돋보이는 영화였어요. 미국 애들은 아카펠라로 별 짓을 다하더군요. 근데 좀 아쉬운 건 시나리오였어요. 캐릭터 구축을 아주 식상한 방식으로 하거든요. 그래서 노래씬 중간중간이 약간 지루해지죠. (아 참, 오바이트 설정은 재밌었어요.) 얘네가 언제 또 노래 하려나 하고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원래 할리우드 하이틴 로맨스나 동화 같은 성장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성장물의 플롯 골조만 따왔을 뿐 제대로 된 성장물은 아닙니다. 환상적인 아카펠라 퍼포먼스를 보고 듣기 위한 영화일 뿐이죠. 약간 악의를 섞어 얘기하다면 초딩 고학년이 타겟인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고딩 버전으로 바꾸면서 뮤지컬 장면 대신 아카펠라를 넣은 것이라 할까요? 물론 노래들이 훨씬 괜찮고 쨍하게 빵빵 때려주는 느낌을 살린 믹싱이 월등히 낫긴 하지만요.
그리고, 주인공인 안나 켄드릭. 저는 딱히 매력을 못 느꼈네요. 이 영화 말고는 <인 디 에어>랑 <50/50> 때 봤는데 그때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다지 인상에 안 남는다고 할까. 다른 출연작은 거의 못 봤네요.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포함해서. 저는 이 친구의 표정 연기가 제일 거슬려요. 약간 어정쩡한 상황에서 짓는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 표정이요. 뮤지컬 아역 출신이라 그런지 노래는 참 잘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