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버릴 부분 없이 잘 만든 영화입니다. 일단 소설 원작을 무리없이 잘 각색했죠. 배우들의 앙상블, 감독의 연출, 과감한 무빙과 렌즈 사용이 돋보였던 촬영, 적재적소에 스코어와 삽입곡을 배치한 음악까지. 버릴 것이 별로 없는 영화예요. 영화 쪽 글 쓰시거나 연출 준비하시는 분들께 권하고 싶군요.
감독인 데이비드 O. 러셀로서는 <쓰리 킹즈> 이후 최고작을 뽑아냈어요. 전작인 <파이터>도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한 방이 없다고 할까, 뻔하다고 할까 좀 그랬거든요. 이 작품의 성공으로 바로 들어가는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와 호흡을 맞출 예정입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제니퍼 로렌스도 나쁘지 않았지만, 저는 남자 주인공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가 참 좋았어요. 극을 끌어가는 역할인데다 좀처럼 쉬운 연기가 아니었거든요. 제니퍼 로렌스는 후반부의 매력을 과시하지만 아직 포텐이 터졌다고 보긴 좀 이른 것 같고요.
로버트 드 니로는 스콜세지 영화들과 미트 페어런트 시리즈의 중간쯤 되는 캐릭터를 아주 인상적으로 잘 소화했어요. 어떤 때는 <분노의 주먹>의 또라이 같다가도, 금세 헐렁해져서 미식축구 같이 보자고 조르고. 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또 러시 아워 시리즈로 바짝 떴던 크리스 터커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상적인 삽입곡과 잘 묻어가는 스코어가 돋보여요. 특히 대니 엘프먼의 스코어는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자기 색깔을 확고하게 드러내는 원숙미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