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 영화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잘 다듬어진 이야기 구조나 마음의 심연을 건드리는 주제의식 대신 다소 뻔한 상징과 특이한 소재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에서 딱 하나 좋았던 건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이라도 없었으면 정말 어쩔 뻔 했나 싶어요. 자주 나오는 물소 씬 같은 것은 예전의 <피셔 킹>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해서 진부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아, 영화 자체보다 사운드트랙이 월등하게 좋은 영화가 떠오르네요. <가든 스테이트> 말입니다. 자크 브라프가 감독, 주연한. 이 영화의 OST는 역사에 남을 모던 록 컴필레이션 명반입니다.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쿠벤자네 월리스는 귀엽긴 하지만 딱히 매력이 없어요. 연기 자체도 쉬운 연기라 틀에 박힌 표현이 많았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아역 연기에 별로 기대를 안합니다. 어차피 아역 연기는 감독을 많이 타게 되어 있거든요. 아무래도 아역 중 역대 최강은 <뽀네뜨>로 칸 여우주연상 받은 빅뜨와르 띠비졸인데, 이 아이도 그 나이 또래에 감독이 잘만 콘트롤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대사와 연기를 한 것 뿐이었어요. 지금 딱 그 나이인 딸을 키우고 있다 보니 대단한 연기라고 생각되진 않네요. 

  영화 예술에서 형식적 화려함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무미건조한 카메라 워크나 전통적인 화법을 가졌더라도 좋은 이야기와 주제 의식을 가진 영화들이 감동을 줍니다. 독립영화의 프리미엄을 누리기 이전에 좋은 이야기 개발에 힘을 쏟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