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서티 (2012)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다지 재미는 없네요. 그나마 제일 좋았던 부분은 중반부의 은신처 찾고 나서부터 작전 개시 직전까지예요. 이렇게 주인공의 시점과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일수록, 그가 주위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데 그 부분이 좀 별로였습니다. 막판에 유리에 계속 날짜 고쳐 쓰는 거 하나 좋았고. 감독이 의도적으로 감정 이입을 배제했다고 한다면, 변명은 될 수 있겠죠.

어쨌든 주인공과 주위 사람들 얘기를 계속 하자면 뭐 이런 겁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란 건 죄다 ‘어 이 녀석이 왜 이래?’ 하다가 ‘오 그래 너 집념 있어. 좋아.’ 하는 똑같은 패턴이예요. 보다 보면 지칩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 느껴집니다. 주연을 맡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가 좋은지 어떤지 도무지 모르겠을 정도예요. 물론 매우 포토제닉한 여배우이긴 합니다만.

전 이 영화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딱히 언급하고 있지 않는 것 뿐이죠. 그걸 두고 중립이니, 중도니 하는 건 다 말장난이예요. 침묵하는 건 결국 기득권 혹은 다수의 생각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거니까요. 뭐 굳이 의사표명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보통의 미국 관객에겐 빈 라덴 사냥이 너무나 당연한 것일 테니까. 우리한테 9.11은 말 그대로 바다 건너 불구경일 뿐이니까 문제지.

이 영화가 목표를 향해 덧없는 집념을 불태운 후에 오는 허망함에 관한 것이라면, 참 비효율적인 영화예요. 고작 이걸 위해 2시간 넘게 영화를 봐야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런 주제라면 왜 하필 이 소재를 택해야 했나요? 제가 캐슬린 비글로우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전작 <허트로커>랑 비교하면 더욱 그렇지요. 이건 그냥 <허트로커>에서 도입부 30분을 잘라낸 후 길게 늘린 영화처럼 보여요.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패착은 여러가지 쟁점이 많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딱히 매력 없는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메인 플롯으로 삼은 점입니다. 오히려 서브 플롯으로 내려간 쟁점들이 더 흥미로웠거든요. 특히 중후반부에 나오는, 100% 확인을 요구하는 윗대가리들과 틀릴 지도 모르는 확신 하나만 갖고 맞서는 거 같은 거 말이죠.

결론은, 좋은 소재를 망쳐버린 대표적인 예로 남을 영화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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