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상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구관이 명관’입니다. 모든 주요 부문에서 예전에 칸에서 상을 받아갔던 감독들의 작품이 다시 한번 상을 받게 된 것이죠. 또한 이변도 없었습니다. 영화제 내내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 예상대로 상을 가져갔으니까요. 올해는 한국 영화도 초청을 받았으나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주요 수상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품 표기는 대부분 영어명으로 통일)

황금종려상
<Amour> (미카엘 하네케)

1997년 <퍼니게임>으로 초청된 이후 칸 영화제 단골 손님이 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하얀 리본>(2009)으로 황금종려상을 탄 데 이어 또 한 번 개가를 올렸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노년 부부의 이야기로 죽어가는 아내 역할에는 엠마누엘 리바,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 역할에는 장 루이 트랭티냥이 열연을 한다고 합니다. 트랭티냥이야 익숙하지만 엠마누엘 리바가 누군가 싶어 찾아 봤더니 <히로시마 내 사랑>의 여주인공이었군요.

참고로 미카엘 하네케의 수상 이력을 잠깐 돌아 보면,
<미지의 코드>(2000년 에큐메니칼 상)
<피아니스트>(2002년 심사위원대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히든>(2005년 감독상/피프레시 상/에큐메니칼 상)

이렇습니다. 2000년대 들어 만든 영화는, 범작이었던 <늑대의 시간>(2003), 2007년에 만든 <퍼니게임> 미국 리메이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남우주연상 
매즈 미켈슨(Mads Mikkeson) – <The Hunt>(토마스 빈터베르그)

덴마크의 국민 배우인 매즈 미켈슨은 2000년대 들어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도 캐스팅되기도 했죠.<007 카지노 로얄>의 악당, 하면 금세 떠오르실 겁니다. <The Hunt>는 도그마 멤버로 유명한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작품으로, 잘못된 아동 성추행 혐의를 받고 삶이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빈터베르그의 칸 수상은 <셀레브레이션>(1998)으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후 두번째입니다.

여우주연상/각본상
Cosmina Stratan, Cristina Flutur – <Beyond the Hills>(크리스티안 문주)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황금종려상을 받아 화제가 됐던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가 돌아왔습니다. <Beyond the Hills>는 독일에 사는 루마니아 출신 여자가 어릴적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유일한 친구를 데리러 고국으로 가는데, 그 친구는 이미 광신적인 수녀가 되어버린 상태라 독일로 가기를 거부하는 데서 시작하는 비극입니다. <4개월, 3주…> 처럼 실화 기반으로 한 작품이고요. 개인적으로 <4개월, 3주…>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투박한 만듦새를 센세이셔널한 실화로 감춰버리는 게 싫었어요. 아마 이번 영화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대상
<Reality>(마테오 가로네)

마피아 세계를 다룬 <고모라>(2008)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아갔던 마테오 가로네는 이번에도 마피아 출신 주인공을 내세웠습니다. 감옥에 간 전직 마피아 행동대원이 TV 리얼리티 쇼의 스타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희비극이라고 하네요.

감독상
<Post Tenebras Lux>(카를로스 레이가다스)

2007년에 <Silent Light>(침묵의 빛)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는 멕시코 교외에 사는 중산층 부부의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불친절한 내러티브와 과도한 특수렌즈 사용으로 영화제 기간 중에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는 심의 때문에 논쟁을 불러 일으켜 우리나라에선 올해 뒤늦게 개봉한 <천국의 전쟁>(2005)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심사위원상
<The Angel’s Share>(켄 로치)

90년대의 단골 손님 켄 로치는 올해로 칸에 온 것이 11번째라고 합니다. 그 역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으로 황금종려상을 탄 바 있습니다. 찾아보니 의외로 켄 로치는 감독상이나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적이 없군요. 주로 3등상인 심사위원상, 번외에 해당하는 피프레시 상을 받은 게 다예요. 심사위원상을 받은 것은 <히든 어젠다>(1990), <레이닝 스톤>(1993)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이번 신작 <The Angel’s Share>는 감옥에 갈 뻔한 위기를 모면하고 이제 갓 아빠가 된 주인공이, 위스키 만드는 걸로 인생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면서 겪는 소동을 그렸다고 합니다. 일종의 케이퍼 코미디라고 하네요.

칸 수상작들은 보통 10월초의 부산영화제에 소개되고, 10월말~11월 중순의 비수기, 이듬해 설 직후 2월~3월 비수기에 개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수입되었지만 개봉 시기를 못 잡고 허송세월하는 경우도 많고요. 아무튼 극장 상영을 놓치지 않으려면 꽤 신경써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