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악몽 (2011)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타니 코키의 전작 <매직 아워>(2008)를 너무 재밌게 봤던 터라 약간의 기대를 갖고 봤습니다. 유령을 법정에 세우는 게 논리적으로 가능할 지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을 잘 풀어냈더군요. 다만, 사후 세계와의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고 엔딩까지 예측가능한 결말로 흐르는 편입니다. 

  감독의 코미디 감각은 여전히 빛을 발합니다. 의도했던 웃음 포인트에서 여지없이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주인공을 맡은 후카츠 에리도 굉장한 열연을 펼칩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다른 작품에서도 그랬지만 상대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는 능력은 나무랄 데 없고, 단독 씬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멋진 악몽>은 기억과 죽음이라는 일본 대중문화의 두 키워드를 축으로 만들어진, 매우 일본적인 판타지입니다. 과거를 윤색하고 죽음을 긍정하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엔딩으로 갈수록 공감하기가 어렵더군요. 극의 구조상 당연히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는데도요. 아뭏든 일본의 관객들이 느꼈을 만한 감동과 재미 – 작년 가을 일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약 400억 정도의 수입을 거뒀습니다 – 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깐깐한 검사가 유령의 도움으로 사고로 죽은 자기 개와 재회할 때가 가장 사무쳤죠. 저 사람이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던 걸까 싶어 안쓰러웠습니다.

  일본의 영화나 소설은 대체로 지금 여기의 삶 대신, 지난 시절의 기억이나 앞으로 다가올 죽음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실 도피적 성향 때문에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의 경우가 그렇죠. 우리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자신이 겪은 현실과 견주어 보며 재미와 감동을 얻으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이 제작 과정에서 현실적인 설정과 디테일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데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제 삶과의 연계성을 놓치는 경우도 수두룩하지만요. 

  나라마다 특유의 역사와 풍토,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한국 영화의 방식이 더 건강하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극장 밖에서는 여전히 삶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고, 일상의 무게 또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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